‘잉산도권’, ‘무용사권’
원나라때 그려진 수묵 ‘명화’
국·공 내전 당시 두폭 갈라져
국·공 내전 당시 두폭 갈라져
중국과 대만이 분리 소장해온 원나라 때 수묵화 <부춘산거도>(富春山居圖)가 분단 62년 만에 한몸이 돼 전시된다.
중국과 대만은 반쪽씩 소장해온 이 그림을 다음달 1일부터 타이베이 고궁박물관에서 짝을 맞춰 공동으로 전시한다고 중국과 홍콩 언론들이 12일 보도했다. 중국 저장성 박물관 쪽은 11일 이 그림의 반쪽을 타이베이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부춘산거도>는 원대의 유명화가인 황공망의 작품이며, 중국의 10대 명화로 꼽힌다. 황공망이 72살 때 무용사 스님을 위해 그리기 시작해 3~4년에 걸쳐 완성했으며, 저장성의 부춘강과 부춘산을 배경으로 한 수묵산수화다. 명말에 이 그림을 소유하고 있던 오홍유는 그림을 너무 애지중지해 임종하면서 그림을 태워 함께 순장하라고 명령했다. 불에 던져진 그림을 그의 조카가 구해냈지만, 이때 일부가 불에 타 큰 부분과 작은 부분으로 분리됐다. 길이 51.4㎝의 앞부분은 ‘잉산도권’(剩山圖卷·사진 오른쪽)으로 불리며 중국 항저우의 저장성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639.9㎝ 길이의 뒤쪽 부분은 국민당이 1949년 공산당에 패해 대만으로 넘어가면서 가져가 대만 고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데, ‘무용사권’(無用師卷·왼쪽)으로 불린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나는 언젠가는 이 두 폭의 그림이 한 폭의 그림으로 합쳐지길 바란다”며 “그림이 이와 같으니 사람이 어찌 견디겠는가”라고 말해 양안 분단 상황을 한탄했다. 원 총리는 올해도 양회를 앞두고 누리꾼들과 대화하면서 “부춘산거도가 영원히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게 나의 희망”이라고 말했고, 이 그림은 중국-대만 화합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중국도 대만에 소장된 부분을 중국으로 가져와 전시하길 바랐지만, 대만 쪽은 그림이 중국에서 억류될 우려가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고 <명보>는 전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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