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징서 해고수당 반발 집회
인플레이션 불만 ‘일촉즉발’
인플레이션 불만 ‘일촉즉발’
중국 남부의 대도시 장쑤성 난징, 지난 12일 시내 중심가에서 노동자 수천명과 경찰 1500여명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회사의 경영 악화로 일자리를 잃게 된 노동자들은 “물가는 높고, 집값은 높고, 수당은 낮다”는 등의 불만 섞인 구호를 외치며 거리행진을 벌였고, 이를 막는 경찰과 충돌해 여러명이 다치고 연행됐다고 홍콩 <명보>가 15일 보도했다. 중국에서 최근들어 물가 급등에 항의하는 첫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것이다.
난징의 ‘화페이 칼라브라운관’ 공장 노동자들은 지난 12일 오전 회사를 떠나 시정부 청사를 향해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7000여명의 노동자가 텔레비전 브라운관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액정 텔레비전에 밀려 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 회사는 최근 노동자들에게 근속연수 1년당 2960위안(약49만4000원)씩의 해고수당을 주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지만, 노동자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의하고 있다. 시위에 참여했던 한 노동자는 “물가가 이렇게 높은데 회사가 제시한 해고수당으로는 생활할 수 없다”며 “가진 것도 없고 잃을 것도 없어 회사의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중국의 물가상승이 사회안정을 위협할 정도로 ‘일촉즉발’의 상황임을 경고하는 것이다. 지난주 발표된 중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5.3% 상승해 두달 연속 5%를 웃도는 고공행진이 계속됐다. 특히 난징의 소비자물가는 5.6%, 식료품비는 9.7%나 올랐다. 후싱더우 베이징이공대학 교수는 <명보>에 “소비자 물가가 5% 이상 오른 것은 이미 백성들이 용납할 수 있는 한계선을 넘은 것”이라며 “강한 불만이 소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빈부격차가 심한 중국에서 인플레이션은 곧바로 저소득층의 생활을 압박해 사회 안정을 뒤흔든다. 1989년 톈안먼(천안문) 민주화 시위도 시장개혁의 후유증인 물가 급등에 대한 분노가 중요한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이 많아, 최근의 물가 급등은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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