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전주석과 만났다면
개방 필요성 전달받았을듯
개방 필요성 전달받았을듯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원자바오 총리, 시진핑 국가부주석을 비롯해 중국 최고 지도부인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대부분과 9개월 만에 재회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무위원 9인 전원 면담’의 관례가 깨졌다. 권력 서열 2위인 우방궈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18일부터 31일까지 아프리카를 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김 위원장의 방중 때마다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은 베이징을 떠나지 않고 김 위원장을 환영하는 예우를 계속해 왔다.
이번 방문에서 또하나의 파격은 장쩌민 전 국가주석과 김 위원장의 5년 만의 ‘재회’ 가능성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김 위원장이 2000㎞가 넘게 열차를 타고 장 전 주석의 고향인 양저우까지 찾아가 2박을 한 것은 장 주석을 만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후진타오·원자바오 지도부가 당의 원로인 장 전 주석에게 ‘북한이 개방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설득하는 역할을 부탁한 것으로 보인다”며 “장 전 주석은 자신의 통치기간 동안 개혁개방을 통해 중국이 후진국에서 강대국으로 부상했기 때문에 개혁개방이 북한 문제 해결의 열쇠라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1991년 10월 김일성 주석이 생전 마지막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 장쩌민 당시 공산당 총서기는 덩샤오핑과 함께 북한 개혁개방과 한반도의 평화적 정세, 핵문제 해결 등을 적극 권고했다. 그해 말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 나진·선봉 자유무역지대 설치가 이어졌다.
북한과 중국은 북한의 나선특구와 신의주의 황금평을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하고 대형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런 경제개발 사업이 조기에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중국의 지원·투자 확대 약속을 얻으려 하고, 중국은 지원을 강화하는 조건으로 북한으로부터 개혁개방과 투자보호 등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이끌어내려 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에서 태양광에너지, 전자업체 등을 시찰하며 중국의 개혁개방을 배우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25일에도 김 위원장의 수행단 일부가 베이징의 중관촌에서 산업시찰을 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중관촌은 첨단 정보통신산업 단지로 2000년 김 위원장도 방문했던 곳이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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