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업체 항의 시위대에 차량 돌진
20년만에 최대규모 시위 이어져
20년만에 최대규모 시위 이어져
중국의 몽골족 자치구인 네이멍구의 몽골 유목민 메르겐은 지난 10일 탄광업체 앞에서 규탄 시위를 벌였다. 30여명의 친지들과 함께 그는 탄광 차량들이 유목지역에서 밤낮으로 운행하고 있어 소음과 분진에 시달린다고 항의했다. 메르겐이 탄광업체의 석탄 운반 트럭을 가로막자, 한족 트럭 운전사가 그를 향해 돌진했다.
메르겐의 죽음에 분노한 몽골인들의 시위가 시작됐다. 지난 24일 시린하오터시 정부 청사 앞에서 학생 등 2000여명이 항의 시위를 벌이는 등 5일 연속 대규모 시위가 계속되자, 네이멍구자치구 공안 당국은 28일부터 시린하오터시 인근 농촌 지역에 대해 사실상 계엄령을 방불케 하는 봉쇄조치를 취했다고 홍콩 언론들과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 지역의 한 주민은 “계엄령이 내려진 듯한 상태”라며 “100여명의 무장경찰들이 곤봉 등을 들고 정부 청사로 향하는 길을 막고 있다”고 전했다. 이 지역의 대학생들에게도 이번 주말 외출금지령이 내려지고, 인터넷 토론 사이트와 인스턴트메신저 서비스 등도 끊겼다고 미국 뉴욕에 있는 ‘남부 몽골 인권 정보센터’ 관계자가 전했다.
이번 사태는 네이멍구에서 일어난 20년 만의 최대 규모 시위다. 급격한 한족 유입으로 몽골족 인구가 20%밖에 안되는 네이멍구에서 몽고족들의 집단 시위는 매우 드물다. 중국 당국은 신장위구르자치구나 티베트 등에 비해 민족 갈등이 심하지 않던 네이멍구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몽골족들의 반한족 움직임이 거세질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당국은 메르겐을 숨지게 한 한족 트럭 운전수를 체포했다고 발표했지만, 몽골족들의 분노는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네이멍구는 중국 영토의 거의 10분의 1에 해당하며 석탄과 희토류 등 막대한 광물자원을 가지고 있다. 몽골족들은 한족들이 최근 자원 개발로 몽골족들의 땅을 파괴하면서도, 개발의 성과는 한족들에게만 돌아간다고 분노한다. 몽골에 망명중인 네이멍구 출신 몽고족 투멘-울지는 <로이터>에 “중국이 네이멍구의 천연자원을 급속히 개발하면서, 몽골족들이 큰 타격을 입고 전통적인 삶의 방식이 깨지고 있다”며 “메르겐의 죽음이 도화선이 돼 중국내 몽골족들을 단결시켰다”고 말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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