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시선·탐사선 충돌 계기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5일(현지시각)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각국 국방장관과 국방 전문가들 앞에 선 량광례 중국 국방부장은 남중국해의 안정을 강조하는 연설을 마치고 내려왔다.
그러나 베트남과 필리핀의 반격이 만만치 않았다. 몇분 뒤 연단에 오른 베트남의 풍꽝타인 국방장관과 필리핀의 볼테르 가즈민 국방장관은 최근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 지역에서 벌어진 ‘중국의 주권침해 행위’를 비판하는 발언을 잇따라 쏟아냈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6일 보도했다.
중국 순시선과 베트남·필리핀 탐사선·어선의 충돌로 다시 고조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파도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속에서 미국은 ‘아시아에서 군사적 영향력 유지’를 강조하고 있고, 일부 동남아 국가들도 미국의 영향력 행사를 촉구하며 중국 견제에 나서고 있다.
타인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지난달 26일 중국 순시선이 베트남 석유탐사선의 케이블을 절단한 사건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가즈민 장관은 “필리핀 영해 안에 있는 난사(스프래틀리)군도 암초에 중국 선박들이 건설자재를 하역하는 모습이 5월 말 목격됐다”며 “남중국해에서 미국이 설득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베트남에선 이례적으로 5일 젊은이 300여명이 하노이 주재 중국대사관 앞에 모여 “중국은 베트남 섬들에 대한 침입을 중단하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반중국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주변국의 공세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은 남중국해에 대해 ‘핵심이익’이란 논리를 다시 들고나왔다. 량광례 국방부장은 5일 연설에서 상호 존중과 평등, 상호 이해 등 중국의 국제안보협력 4원칙을 밝히면서 “각국의 핵심이익과 중요한 관심사를 상호 존중해야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안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중국은 오랫동안 대만과 티베트, 신장 문제를 핵심이익으로 강조해 왔지만, 2009년 1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이후 남중국해가 중국의 핵심이익이라는 주장을 본격적으로 제기해 주변국과 마찰이 고조됐다. 량 부장은 주변국들과의 갈등을 더는 악화시키지 않으면서도 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재확인하기 위해 ‘핵심이익’이란 문구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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