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남한과 관계 악화속 ‘경제난 탈피’ 승부수 결실
중 정부 의지 확고…북 주민 20만명 고용 합의한듯
중 기업들 투자 검토…“양국관계 전면적 강화 예상”
중 정부 의지 확고…북 주민 20만명 고용 합의한듯
중 기업들 투자 검토…“양국관계 전면적 강화 예상”
8일 압록강변의 황금평에서 열린 북-중 공동개발 착공식은 남북관계 악화 속에서 북한이 중국에 기대 경제를 살리겠다는 승부수를 던진 결과물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 1년 사이 3차례 방중이라는 이례적인 행보를 통해, 중국 지도부와 북-중 경협에 대한 담판을 벌여왔다. 양국 정상이 합의한 큰 그림 위에서 두 나라 정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논의를 진행해 왔다. 착공식에 참석한 중국 천더밍 상무부장과 북한 리철(리수영) 합영투자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수차례 만나 북-중 경협을 논의해온 주역들이다. 북한 합영투자위원회와 중국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베이징에서 ‘황금평·나선특구 합작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지난달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황금평 투자에 대한 이견이 커 착공식이 취소되는 등 갈등이 있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북-중 양국은 중앙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황금평 착공식을 통해 북-중 경협에 대한 양국 정부의 의지를 과시했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의 지난달 방중 당시 북-중 간에 합의된 경협 관련 내용이 예상보다 훨씬 포괄적이라는 소식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북한 노동력 20만명을 중국에 들여와 중국 기업들이 고용하고, 이 중 10만명은 헤이룽장성에서 농업 노동자로 고용하는 내용 등에 대해 합의가 이뤄졌다”며 “이와 관련해 북-중 공안 당국이 세부 사안을 협의했다”고 말했다. 북한 내부 상황에 정통한 한 사업가는 김 위원장의 방중 직후 중국은 5월 말부터 북한에 식량을 대규모로 지원하고 있고 “북한 내에선 수출물자 수송용 트럭들까지 징발해 중국에서 온 식량을 운송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유사시 중국군의 개입 가능성 등에 대해 경계해온 북한이 평양에 가까운 북-중 국경지대의 황금평을 중국이 개발하도록 내준 것은 북한의 중국 의존도가 그만큼 커졌다는 증거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북한은 16㎢의 황금평을 중국에 50년 동안 임대해줘 중국이 경제특구로 개발하도록 했으며, 중국은 황금평 임대료로 5억달러를 식량·생필품 등의 형태로 북한에 제공할 것이라고 중국 <경제관찰보>가 최근 보도했다.
북-중의 황금평, 나선 공동 개발은 북한이 중국에 기대 ‘중국식 개혁개방’을 시작하는 조처로도 관심을 모은다. 김 위원장이 중국에서 돌아온 뒤인 지난 6일, 30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 북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는 김 위원장의 방중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대를 잇는 북-중 친선’을 결의했다. 같은 날,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황금평 위화도 경제지대’를 설치한다는 정령을 발표하면서 “북-중 친선 강화를 위해 황금평·위화도 특구를 추진하되 황금평을 우선 개발한다”고 밝혔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황금평과 나선 착공식 이후 남북 경협이 북-중 경협으로 바뀌는 상황이 더욱 심화되고, 북-중 관계가 경제를 넘어 전면적으로 강화될 것”이라며 “이런 경제 개혁을 뒷받침할 후속 조처들이 잇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중앙정부가 나서면서, 기업들도 움직이고 있다. 황금평 개발에 참여할 것으로 보도된 홍콩의 신헝지투자그룹은 지난 5일 단둥시 정부와 협력계약을 체결했다. 일본 <후지텔레비전>도 중국·홍콩의 30여개 기업이 황금평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북한 대외투자유치 창구인 대풍국제투자그룹 박철수 총재는 중국 경제 전문지 <차이징> 최신호 인터뷰에서 북한은 신의주·금강산·단천·원산·청진·평양·남포·나선 등 8대 경제특구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1천여명 참석 ‘성대한 잔치’ 애드벌룬 띄우고 비둘기 날려…AP 특파원에 현장취재 허용도 북한과 중국은 8일 황금평 착공식을 성대한 잔치로 치렀다. 북한과 중국의 실세들이 참석해 행사의 격을 높인 것을 비롯해 북·중 대표단과 초청인사, 황금평의 북한 주민 수백명 등 1000여명의 인원이 참석했다. 현장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황금평으로 들어가는 압록강변 도로 곳곳과 착공식장 입구에는 행사장을 안내하는 대형 표지판이 곳곳에 설치됐다. 북한 인공기와 중국 오성홍기가 새겨지고 ‘황금평·위화도 경제지대 조중 공동개발 공동관리대상 착공식’이라는 문구가 쓰인 대형 펼침막도 내걸렸다. 착공식장 주변에는 ‘조중 친선은 영원하리라’ ‘공동개발’ 등 북-중의 돈독한 관계와 합작개발 의지를 강조하는 대형 애드벌룬 수십개가 띄워졌다. 착공식은 30여분간 계속됐으며, 축포를 쏘고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수백마리를 날리는 것으로 절정을 이뤘다. 이날 북·중 양국이 이 행사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려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중국 공안과 변경수비대는 도로를 막고 착공식장 접근을 제한했지만, 행사장 주변에서 외신 기자들의 취재를 금지하지는 않았다. 북한은 이날 이례적으로 평양 주재 <에이피티엔>(APTN) 특파원의 착공식 현장 취재도 허용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1천여명 참석 ‘성대한 잔치’ 애드벌룬 띄우고 비둘기 날려…AP 특파원에 현장취재 허용도 북한과 중국은 8일 황금평 착공식을 성대한 잔치로 치렀다. 북한과 중국의 실세들이 참석해 행사의 격을 높인 것을 비롯해 북·중 대표단과 초청인사, 황금평의 북한 주민 수백명 등 1000여명의 인원이 참석했다. 현장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황금평으로 들어가는 압록강변 도로 곳곳과 착공식장 입구에는 행사장을 안내하는 대형 표지판이 곳곳에 설치됐다. 북한 인공기와 중국 오성홍기가 새겨지고 ‘황금평·위화도 경제지대 조중 공동개발 공동관리대상 착공식’이라는 문구가 쓰인 대형 펼침막도 내걸렸다. 착공식장 주변에는 ‘조중 친선은 영원하리라’ ‘공동개발’ 등 북-중의 돈독한 관계와 합작개발 의지를 강조하는 대형 애드벌룬 수십개가 띄워졌다. 착공식은 30여분간 계속됐으며, 축포를 쏘고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수백마리를 날리는 것으로 절정을 이뤘다. 이날 북·중 양국이 이 행사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려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중국 공안과 변경수비대는 도로를 막고 착공식장 접근을 제한했지만, 행사장 주변에서 외신 기자들의 취재를 금지하지는 않았다. 북한은 이날 이례적으로 평양 주재 <에이피티엔>(APTN) 특파원의 착공식 현장 취재도 허용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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