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안전보장” 공개 요구
중국발 민항기에 한국 해병대가 오인 사격을 한 사건에 대해, 중국 정부는 “한국 영공을 지나는 민항기의 안전을 보장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해병대의 아시아나 민항기 오인 총격과 관련해 “중국은 이미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에) 관심을 표명했다”며 “한국이 유효한 조처를 취해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한국 영공을 지나는 민항기의 안전을 보장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한국군의 민항기 오인 사격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정부가 이미 한국 정부에 외교 경로를 통해 재발 방지를 요구한 사실도 드러났다.
119명을 태운 채 정상 항로로 비행중이던 민항기의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이번 오인사격에 대해 중국은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20일 “여객기 총격 사건이 한국의 체면을 떨어뜨렸다”는 제목의 1면 기사에서 “남북 대치가 초목마저도 모두 적의 군대로 보이게 했다”며 한반도 긴장 상황이 사건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환구시보> 사이트가 벌인 인터넷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96.3%가 ‘한국 항공기의 안전을 우려한다’고 응답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이번에 초병의 사격 사건이 있었지만 실제 민항기 안전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고 우리의 방공 무기체계는 민항기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이후로도 우리는 민항기 안전을 철저하게 담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보다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겠습니다”라고 사과했다. 또 김 장관은 “그 민항기에 탔던 승객들은 얼마나 놀랐겠습니까”라며 “아무리 따져봐도 훈련 부족, 집중력 부족, 정신적 해이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손원제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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