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창당 90돌 앞
한쪽선 환호, 한쪽선 시위
한쪽선 환호, 한쪽선 시위
“공산당이 중국을 해방시키기 전에는 상하이를 점령하고 있던 영국·프랑스 등 제국주의 국가들의 수탈 때문에 중국 사람들은 사는 게 정말 힘들었어.”
상하이 중심가에 있는 ‘중국 공산당 1차 대표대회 회의터’. 이곳 토박이인 한 노인이 지난 14일 어린 학생들에게 제국주의 압제에서 중국을 해방시킨 공산당의 업적을 들려주고 있었다. 붉은 스카프를 목에 두른 초등학생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굵은 장맛비 속에도 7월1일 공산당 창당 9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찾아온 관람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혁명 시기를 기억하는 노인들, 학교에서 단체로 온 학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중국 경제중심 상하이에서도 가장 자본주의적 분위기의 신톈디(신천지) 한복판에 있는 이 서양식 2층 건물은 ‘중국 공산당 탄생지’다. 1921년 7월23일부터 1주일간 마오쩌둥, 둥비우, 장궈타오 등 13명이 이곳에서 1차 대표회의를 열고 중국 공산당을 창당했다. 53명의 당원으로 시작한 중국 공산당은 이제 약 8027만 당원을 거느린 세계 최대 정당이 됐고, 중국을 62년째 통치하면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시켰다.
공산당 창당 90돌을 맞이하는 중국은 온통 홍색 물결이다. 마오쩌둥이 농촌혁명을 시작한 징강산, 대장정 이후 공산당 근거지였던 옌안 등 공산당 성지를 둘러보는 ‘홍색여행’에는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전국 극장가 스크린은 중화권 스타들이 총출동해 공산혁명을 찬양하는 영화 <건당위업>이 점령했다. 정부기관과 대학, 기업별로 진행된 공산당 업적을 찬양하는 홍색가요 부르기 대회는 지난 16일 베이징에서 장차관 93명이 문화대혁명 시기의 홍색가요 <공산당이 없으면 신중국도 없다>를 합창하는 행사로 정점을 이뤘다. 리중제 당사연구실 부주임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공산당은 앞으로 90년도 중국을 통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안감도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중국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세계의 공장’ 광둥에서 6월 들어 농민공들의 집단시위와 소요사태가 잇따라 터지고 있다.
5월 말에는 강제철거로 집을 잃은 농민이 정부청사에서 폭발물을 터뜨렸고, 네이멍구에선 광산개발에 항의하던 유목민이 한족 트럭운전사의 차에 치여 죽은 데 분노한 몽골족들이 수십년 만에 최대 규모의 시위에 나섰다. 1억5000만 농민공 차별, 소수민족과 환경 문제, 강제철거 등 지난 30년 동안 중국을 지배해온 덩샤오핑 노선의 부작용에 대한 분노가 동시에 폭발하는 상황이다.
중국국가통계국 통계로 상하위 10%의 소득격차는 1985년 2.9배, 1995년 6.2배, 2005년 9.2배에서 2007년 23배로 확대됐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2007년 중국의 집단시위가 8만건이라고 집계한 뒤 더는 통계를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2008년 12만7000건의 집단시위가 일어났다고 추산한다. 위젠룽 사회과학원 사회문제연구센터 주임은 <남방인물주간>에 “사회, 사법, 기회의 불공정 때문에 기층 백성들은 앞날이 없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가을 10년 만의 권력 교체와 ‘시진핑 체제’ 등장을 앞두고 90돌을 맞은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 좌우파 노선 대립은 격렬해지고 있다. 중국이 직면한 복잡한 도전을 헤쳐나가려면 어느 길로 가야 하느냐는 고민이 깊기 때문이다. 상하이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내년 가을 10년 만의 권력 교체와 ‘시진핑 체제’ 등장을 앞두고 90돌을 맞은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 좌우파 노선 대립은 격렬해지고 있다. 중국이 직면한 복잡한 도전을 헤쳐나가려면 어느 길로 가야 하느냐는 고민이 깊기 때문이다. 상하이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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