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국

‘좌향좌’ 충칭·‘행복’ 광둥…시진핑 시대 진로 격돌

등록 2011-06-26 21:11수정 2011-06-26 22:16

보시라이의 ‘충칭모델’ 국가역할 강화·균형 발전 마오쩌둥 향수 불러오기
왕양의 ‘행복 광둥’ 모델‘성장보다 분배’등 차별화 농민공 소요…비전 의문
중국 발전 모델 좌우 논쟁

지난 25일 오후 베이징 서부 대학가에서 만난 한 젊은 중국 학자는 “나는 보시라이의 팬”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중국정법대학의 연구원인 그는 “과도한 시장화로 인한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중국은 좀 더 좌파적인 새 발전모델이 필요하며, 이를 제대로 실현하려면 보시라이와 같은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공산당 90주년을 맞은 중국에서 국가 역할 강화를 통한 균형 발전을 강조하는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가 좌파들의 영웅으로 부상했다. 서부 대도시 충칭에서 그가 3년 동안 실험해 온 ‘충칭모델’은 불평등 성장과 부정부패를 해결할 중국의 새로운 발전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충칭모델’은 국유기업의 이윤을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 건설 등에 대폭 투입하고, 범죄조직과 결탁한 부정부패 관리들에게 철퇴를 가하며, 농민들을 도시인으로 받아들이는 정책 등이 중심이다. 당과 국가의 역할을 강화해 덩샤오핑 모델의 부작용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충칭모델’이 내년부터 시작되는 ‘시진핑 시대’의 통치이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12월 시진핑 부주석은 충칭을 방문해 보시라이의 업적을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시진핑 부주석과 보시라이 당서기는 ‘태자당’(공산당 혁명원로와 고위간부의 자제) 그룹의 대표 주자다. 2012년 시 부주석이 집권하면 태자당 그룹이 차기 지도부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충칭모델’이 통치 방향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미 베이징 등 여러 지방 정부들이 저소득층 임대주택 건설 등 충칭모델 따라하기에 나섰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의 ‘좌향좌’는 당이 점진적으로 경제·사회 영역에 대한 통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자유주의자, 우파, 민영기업가들에게 위기감을 드리우고 있다. 이들은 홍색가요 부르기, 마오쩌둥 어록 외우기 등 보시라이 당서기가 주도해온 ‘홍색 캠페인’이 문화대혁명과 마오쩌둥에 대한 위험한 향수를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지난해 보시라이 당서기가 ‘범죄와의 전쟁’을 벌여 범죄조직과 부패 관리들을 처벌하면서 사법절차를 무시한 자의적 처벌을 해 법치를 훼손했다고 지적한다.

좌우파의 대립 속에서 보시라이 당서기의 정치적 라이벌이자 후진타오 주석의 ‘오른팔’로 꼽히는 왕양 광둥성 당서기는 올해 1월부터 ‘행복 광둥’ 캠페인을 통해 ‘충칭모델’에 도전장을 던졌다. ‘행복 광둥’은 성장보다는 분배를 중시하고, 임금 인상과 첨단산업 발전 등을 통해 성장의 질을 높이겠다는 선언이다. 왕양 당서기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더 나은 성장을 위해 좀 더 천천히 성장하려 한다”며 “경제 규모로 보면 우리(광둥성)는 이미 싱가포르를 추월했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 행복, 사회 문명의 면에서도 싱가포르를 넘어서길 원한다”고 말했다. ‘행복 광둥’은 시민사회의 발전을 통해 정부와 사회 역량의 합작을 추진하겠다는 ‘다원 공치’를 목표로 내세워, 보시라이 당서기의 국가 중심 모델과 차별화를 시도한다. 하지만 최근 광둥성에서 차별에 항의하는 농민공들의 집단소요가 잇따르면서, ‘행복 광둥’은 분명한 비전이나 실현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먼저 부자가 되라’는 ‘덩샤오핑 모델’이 부정부패, 사회 불안, 빈부격차 등 심각한 부작용을 드러내면서, 이런 ‘모델’ 논쟁에 더해 잊혀졌던 마오쩌둥의 유산을 둘러싼 논쟁도 수면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15일 중국의 마오주의자들은 마오쩌둥을 비판한 경제학자 마오위쓰를 체제 전복 선동 혐의로 처벌해달라며, 5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전국인민대표회의에 제출했다. 저명한 원로 경제학자 마오위스가 4월 말 ‘마오쩌둥을 인간으로 되돌리자’는 글을 발표해 “마오쩌둥의 정책으로 5000만명이 숨졌으며, 이제는 마오를 둘러싼 우상화와 미신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하자, 분노한 마오주의자들은 좌파 사이트 우요우즈샹(유토피아)을 통해 서명운동을 벌였다. 마오위스는 “그들이 나를 법정에 세운다면 나에 대한 재판이 아닌, 마오쩌둥에 대한 재판이 될 것”이라며 반격의 뜻을 밝혔다. 이 일전은 중국 좌우파 대결의 풍향계로 주목받고 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