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총출동…인민은 “돈낭비” 큰 관심 없어
빈부격차·부정부패·물가급등…민심 불만 누적
중국식 사회주의·법치 강조 속 당 고민 깊어져
빈부격차·부정부패·물가급등…민심 불만 누적
중국식 사회주의·법치 강조 속 당 고민 깊어져
1일 오전 10시 중국 베이징 시내버스 안, 인민대회당에서 중국 지도부가 모두 출석한 가운데 열린 공산당 90주년 행사가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을 통해 생중계되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이 없었다.
당은 공산당 90주년을 인민들이 주목하는 잔치로 만들기 위해 공을 들였다. 천안문 광장에는 거대한 화단 위에 공산당을 상징하는 낫과 망치 조형물이 설치됐고, 베이징 시내 곳곳에는 공산당의 업적을 찬양하는 홍색 표어와 조형물이 늘어섰다. 이를 바라보던 한 20대 여성은 “백성들의 삶과는 관계가 없다”며 “다 돈 낭비”라고 말했다.
전국에 생중계된 연설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는 부정부패 척결을 중국 공산당의 가장 긴박한 과제로 지적했다. 그는 “부정부패 척결과 예방은 민심의 지지를 잃거나 얻고, 당이 살고 죽는 핵심”이라며 “반부패 투쟁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으며, 부정부패를 제대로 척결하지 않으면 당이 인민의 신뢰와 지지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후 주석은 한시간 넘게 계속된 연설에서 공산당이 “중화민족의 부흥”을 실현했다며 업적을 강조했다. 하지만 연설 곳곳에선 빈부격차와 부정부패, 부동산·물가 급등 등으로 민심의 불만이 쌓여가는 데 대한 위기감이 배어 있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이 전례 없이 많은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며 집정·개혁개방·시장경제·외부환경의 4대 시험과 정신 해이, 능력 부족, 대중과의 유리, 부정부패 등 4대 위기가 전 당 앞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후 주석은 “공산당이 적극적이면서도 신중하게 정치체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정치개혁의 내용은 ‘중국 특색사회주의’와 법치를 강조하는 당 주류의 입장을 반복했다. 후 주석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산당의 지도와 국가의 주인으로서 인민의 위상, 법치제도가 잘 통합돼야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민주주의를 실행할 제도를 개선하고, 민주 선거의 인민 참여를 보장하고 법에 따른 감시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와 당원 수천명이 ‘인터내셔널가’를 합창하는 것으로 이날 행사는 끝났다. 북한, 베트남, 라오스, 쿠바 등 사회주의권 국가들의 축하 메시지도 도착했다. 하지만 떠들썩한 행사 뒤에서 복잡한 정치·사회적 과제를 풀어야 할 공산당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데이비드 섐보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지난 30일 <뉴욕 타임스> 기고에서 “90주년을 맞은 중국 공산당은 90살 노인과 비슷해졌다”며 “노쇠해지고, 겁을 내고, 생명을 연장하려고 온갖 방법을 써보지만, 복잡한 상황에 압도된 처지”라고 지적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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