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국가부주석 참석…“직접 챙기겠다” 신호
중국 “농노제 해방”…티베트 “전통말살 점령” 갈등
중국 “농노제 해방”…티베트 “전통말살 점령” 갈등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 백악관에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면담한 직후인 17일 정오,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은 티베트 라싸 외곽의 궁거공항에 도착했다. 19일 오전 라싸 포탈라궁 앞 광장에서 거행될 ‘티베트 해방 60주년’ 경축행사 등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티베트가 중국 영토임을 과시하듯,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등 관영언론들은 공항에서 라싸 시내로 향하는 도로에 티베트인과 후이족 등 수천명이 전통복장을 입고 나와 오성홍기를 흔들며 시 부주석을 열렬히 환영하는 모습을 전국에 내보냈다. 2007년 정치국 상무위원이 된 뒤 처음으로 티베트를 방문한 시 부주석은 도착 직후 티베트 최초의 고속도로인 라사-궁거공항간 도로 개통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티베트에서의 일정을 시작했다.
시짱(티베트)공작소조 조장인 자칭린 정협주석 대신 시진핑 부주석이 이번 해방 60주년 행사에 참석한 것은 시 부주석이 앞으로 중국 공산당의 티베트 관련 업무를 직접 총괄하겠다는 신호라고 홍콩 언론 <명보>는 분석했다. 2005년 티베트자치구 성립 40주년 기념식엔 자칭린 정협주석이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했으며, 2001년 ‘해방 50주년’ 행사에는 후진타오 당시 국가부주석이 참석했다.
‘해방’된 지 60년이 지났지만 티베트에는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중국 정부는 티베트가 중국 고유의 영토이며 공산당의 통치가 농노제 아래서 신음하던 티베트인들을 해방시켰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상당수 티베트인은 중국의 ‘무력 점령’이 독자적 국가를 유지해온 티베트의 전통과 문화를 말살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권력을 쥐게 된 직후인 1950년 인민해방군이 티베트에 진주했고, 1951년 5월23일 중앙정부와 당시 달라이 라마가 이끌던 티베트 대표단은 베이징에서 ‘티베트의 평화적 해방에 대한 협의’(17조협약)을 체결해, 티베트는 중국의 통치를 인정하되 중앙정부는 티베트 고유의 정치제도와 달라이 라마와 판첸라마 제도 등 자치를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1959년 3월 티베트인들이 중국의 점령에 저항하는 무장봉기를 일으키고 달라이 라마가 인도로 망명하자, 중국은 티베트정부를 해산하고 그해 7월17일 ‘티베트 민주개혁 진행에 대한 결의’를 통과시켜 중앙정부가 티베트의 기존 제도를 직접 개혁하기로 하고 반란분자를 대대적으로 숙청한다.
이를 계기로 인민해방군이 대규모로 티베트에 진주하고, 티베트 고유 화폐 폐지와 위안화 도입, 중공 티베트공작위원회 설치 등 중국의 티베트 점령이 본격화됐다. 애초 ‘해방 기념일’은 5월23일이지만 올해 행사는 7월에 열리게 됐으며, 연기 사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은 오바마 대통령 등 서구 지도자들이 달라이 라마를 면담하는 것은 ‘티베트 카드’를 이용한 중국 흔들기라고 주장한다. <환구시보>는 18일치 사설에서 ‘달라이 라마는 미국이 손에 쥔 카드이며 티베트가 안정되면 썩은 카드가 되지만, 티베트가 혼란하게 되면 미국의 만능카드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minggu@hani.co.kr
베이징/박민희 특파원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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