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소수민족 갈등 사건
“사망 4명 아닌 20명” 증언…호탄 전역 계엄령
2008년 유혈시위 뒤 유화정책에도 분노 누적
“한족의 부 독점에 대한 소수민족 불만이 원인”
2008년 유혈시위 뒤 유화정책에도 분노 누적
“한족의 부 독점에 대한 소수민족 불만이 원인”
19일 오전 티베트 라싸의 포탈라궁 앞 광장에서 열린 ‘티베트 해방 60주년 경축식’.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은 “달라이 라마 집단의 조국 분열 활동에 반대하는 투쟁을 강화하고, 티베트의 안정을 파괴하고 조국 통일을 위태롭게 하는 음모를 철저히 분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바로 전날인 18일 티베트에 인접한 또다른 소수민족 지역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벌어진 ‘경찰서 습격사건’은 중국 소수민족 정책의 딜레마를 드러냈다. 2년 전 신장 우루무치에서 일어난 위구르족들의 반한족 시위가 유혈사태로 번지면서 197명이 숨진 뒤 중국은 신장과 티베트 등에서 경제 발전과 경제 지원을 통해 장기적 안정을 유지하겠다는 ‘유화정책’을 펴왔지만, 소수민족들의 불만과 분노는 잠복한‘시한폭탄’이라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18일 신장 남부 오아시스 도시 호탄(중국명 허톈)에서 위구르족들의 경찰서 습격과 공안의 발포로 사상자가 난 이번 사건에 대해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이라는 중국 정부의 주장과 ‘탄압에 분노한 위구르족들의 시위에 대한 경찰의 발포’라는 위구르족 망명단체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허우한민 신장자치구신문판공실 주임은 <환구시보>에 “파출소를 목표로 조직적으로 계획된 테러”라며 “폭도들은 폭발장치와 수류탄을 들고 있었고, 분리주의자들의 메시지를 적은 깃발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독일에 있는 위구르족 망명단체인 세계위구르협회의 딜사트 라시트 대변인은 호탄 지역 소식통들을 인용해 “지난 2주 동안 공안들이 위구르족들의 집에 들이닥쳐 많은 젊은이들을 붙잡아갔으며, 이들의 친지 등 100여명의 위구르족들이 경찰서에 몰려가 석방을 요구하러 갔지만, 경찰은 응답하지 않고 시위대를 공격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중국 당국이 위구르족 분리주의자 단속을 강화하면서 무고한 이들이 체포·실종되는 데 대한 불만이 도화선이라는 지적이다.
사망자도 당초 알려진 4명보다 훨씬 많은 20명에 달한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명보>는 사상자가 20여명이라며, 사건 직후인 18일 낮 12시10분께 <인민일보> 인터넷판에 떴다가 삭제된 기사도 “성전 표어와 칼과 도끼, 화염병 등을 든 ‘종교극단분자’들이 호탄의 파출소를 습격해 경찰 2명과 인질 2명이 숨졌으며, 공안과 무장경찰이 현장에 도착해 14명을 사살했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위구르협회 쪽도 “공안들이 위구르족 14명을 구타해 죽이고, 6명을 총으로 쏘아 죽였다”고 말했다.
현재 호탄시 전역에는 계엄령이 발효돼 주민들은 외출할 수 없는 상태다. 호탄으로 통하는 주요 도로가 봉쇄되고, 반중국 내용을 담은 전단지도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선 ‘신장 공격’‘호탄’ 등의 검색이 모두 차단되고 있다.
오랫동안 신장 인구의 대다수를 점해온 위구르족들은 최근 급격한 한족 유입으로 위구르족 비율이 50% 이하로 떨어지고, 석유와 자원 개발의 부가 한족에 집중되는 데 분노하고 있다. 2008년 3월 티베트 라싸에서 일어난 반한족 시위와 지난 5월 네이멍구의 몽골족들의 시위도 한족들의 경제적 이권 독점에 대한 불만이 도화선이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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