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이 완구공장 사장 ‘임금체불’ 도주…공안 추적중
임금인상·주문감소…노동집약 수출산업 최악 위기
임금인상·주문감소…노동집약 수출산업 최악 위기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 남부 광둥성 둥관에 있는 한국계 쑤이완구공장. 지난 13일 법원은 이 회사 문 앞에 도산을 알리는 쪽지를 붙였다.
1992년부터 20년 가까이 미국과 유럽 수출용 고급완구를 생산해온 이 회사는 한때 2000여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기도 했던 둥관의 대표적 완구업체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도산 물결 속에서도 살아남은 건실한 회사가 문을 닫은 날, 한국인 사장은 자취를 감췄다.
470여명의 노동자들은 6월과 7월 초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항의하며 공단 안 도로를 점거하기도 했고, 19일에는 200여명이 지방정부 청사에 몰려가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시위를 벌였다. 중국 공안은 종적을 감춘 한국인 공장주를 고의 임금체불 혐의로 추적하고 있다고 <신화통신>이 21일 보도했다. 2000여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던 둥관의 중견 방직회사 딩자도 지난달 중순 도산했다.
쑤이완구나 딩자 같은 대표적 중견기업의 도산은 둥관을 비롯한 중국 남부 수출산업지대의 중소기업들을 강타하고 있는 임금과 원자재값 급등, 위안화 절상, 노동력 부족 등의 거센 파고를 상징한다. <광저우일보>는 최근 보름 동안 둥관지역의 도산과 임금체불에 대한 항의가 2배로 증가했다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심각한 도산 물결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둥관의 무역담당 공무원인 차이캉은 <신화통신>에 “제조업 주문은 15% 줄었는데, 비용은 11.4% 올랐으며, 업체들 평균 이윤율이 2~3%대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천야오화 둥관방직업협회 국장은 “둥관 섬유업계의 10%가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다”며 “은행 대출의 어려움, 임금과 원자재값 인상, 위안화 절상 등의 문제가 단기간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둥관에 등록된 방직업체는 8800여개이고 미등록업체까지 합하면 1만개가 넘는다.
둥관 중소기업의 위기는 노동집약형 수출산업에 의존하던 중국 성장모델의 위기와 새로운 전환점을 알리는 신호다. 저렴하고 경쟁력 있는 노동력에 의존해 세계의 공장으로 급성장했던 주강삼각주 수출산업지역 일대가 노동력 부족과 임금 급등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통과하고 있다. 둥관여성기업가협회 류무링 부국장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많은 기업들은 노동자 부족으로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고, 노동자를 고용해도 임금 인상을 견딜 수 없는 상황”이라며 “많은 중소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좀 더 싼 노동력을 찾아 내지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광둥성 정부 등은 중국 정부의 발전모델 전환에 따라 첨단산업 중심으로 발전모델을 전환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오랫동안 중국의 고속성장을 이끌었던 노동집약적 중소기업들의 도산 물결은 이곳에서 일해온 이들을 사정 없이 덮치고 있다.
둥관 가구회사 관리직 직원으로 일하다 최근 공장의 도산으로 실직한 두다더는 <광저우일보>에 “공장면적만 8000㎡가 넘고 한창 때는 노동자도 100명이 넘는 비교적 큰 공장이었는데 도산하고 사장이 도망가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며 “나를 비롯해 30여명 직원들이 3개월 넘게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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