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의 저우샤오촨 총재
저우샤오촨 “세계의 이익 고려해 국채 처리를”
“미국 정부와 의회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의 이익을 고려한 책임 있는 정책을 실시해 국채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하기를 바란다.”
중국 인민은행의 저우샤오촨(사진) 총재가 미국의 국가 부채 문제에 뼈 있는 ‘훈수’를 했다. 미국 의회가 국가 부채 한도 증액안을 통과시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는 간신히 넘겼지만 세계가 미국 경제의 미래에 불안감을 표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최대 채권국 중국이 내놓은 경고인 셈이다.
저우 총재는 3일 인민은행 사이트에 공개한 성명에서 “미국 의회가 국가 부채 한도를 높이고 장기적 적자 감소 방안을 만든 것은 진전이고, 환영한다”며 점잖게 운을 뗐지만 “법안의 이행을 긴밀하게 주시할 것”이라며 압박했다.
미국은 중국의 위안화 저평가 문제를 단골로 비난해 왔고, 중국은 이를 두고 ‘내정간섭’이라는 논리로 막아내는 데 급급했다. 하지만, 이제는 ‘최대 채권국’ 중국이 미국의 빚더미 경제를 비판하는 시대가 됐다. 중국은 지난 5월 말 현재 1조1600억달러어치의 미국 국채를 보유한 세계 최대의 미국 국채 보유국이며, 3조2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의 3분의 2 이상을 미국 국채를 포함한 달러화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 관영언론들도 연일 중국이 쌓아놓은 막대한 달러 자산을 위협하는 미국 부채 문제를 비판하고 있다. <신화통신>은 3일 논평을 통해 미국의 국가 채무 한도 상한이 “미국의 부채 시한 폭탄을 완전히 제거하는 데 실패했으며, 도화선을 1인치 늘려 즉각 폭발하는 것만 미뤘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중국의 신용평가회사인 대공국제자산신용평가는 3일 미국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낮췄다.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에스토니아와 같은 등급이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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