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에 방파제 붕괴, 화학공장 탱크 터진듯
유전사고·핵사고설 이어 보하이만 또 ‘악몽’
유전사고·핵사고설 이어 보하이만 또 ‘악몽’
초대형 태풍 무이파가 중국 북동부의 랴오닝성 다롄을 강타한 지난 8일 오전 10시30분, 다롄시 동북부 진저우신구 다구산업구 해안의 방파제가 높이 20m의 대형 파도에 무너져내렸다.
이 방파제에서 50m 떨어진 푸자화학공업의 20개 대형탱크 안에는 유독성 화학물질인 파라크실렌(PX)이 보관돼 있었고, 사고로 유독물질이 보하이만으로 유출됐을 가능성 때문에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고 <차이나데일리> 등 중국 언론들이 9일 보도했다. 한국 서해에 인접한 보하이만에서 최근 해상유전 사고로 인한 기름 유출, 다롄항에 정박해 있던 핵잠수함 방사능 유출 사고설이 나온 데 이어 벌어진 사고다.
500~600m 길이의 방파제 중 2곳이 각각 20~30m 정도씩 붕괴된 사고 직후, 현지 정부는 1000명이 넘는 소방대원과 군, 국경수비대 등을 급파해 바닷물이 유독물질 탱크로 다가오는 것을 막으러 나섰다. 트럭 400여대로 돌과 시멘트 등을 실어와 붕괴된 구간을 임시 복구했고, 8일 밤 현재 바닷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통제한 상태라고 다롄시 대변인을 인용해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당국은 탱크에 저장돼 있던 파라크실렌이 유출됐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방파제 붕괴 뒤 약 5시간 뒤인 오후 3시가 되서야 바닷물이 통제됐기 때문에, 그 사이에 유독물질이 일부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싱다오일보> 등 홍콩 언론들은 보도했다. 8일 오후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취재진이 현장을 찾아갔으나, 푸자화학 공장 관계자 수십명은 취재를 방해하고 취재진을 구타했다.
폴리에스테르, 페인트와 플라스틱 제조 등에 사용되는 유독성 발암 물질인 파라크실렌은 공기나 물을 통해 인체에 흡수될 경우 어지러움, 사지 마비, 의식 상실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당국은 주변 주민들을 긴급 대피시켰으나, 공포에 질린 주민들은 세수를 높이려고 위험한 화학산업 기업들을 대량 유치한 당국에 분노하고 있다. <제일재경일보>는 국제규정상 파라크실렌 생산단지가 도시에서 100㎞ 이상 떨어져야 하지만 다롄시에서 20㎞밖에 떨어지지 않았으며, 푸자화학 등 대규모 화공기업 38곳이 밀집한 이 지역에선 최근 기계 고장과 화재, 유독가스 누출로 인한 노동자 중독 사고 등이 계속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애초 중국의 파라크실렌 생산 단지는 남부 푸젠성 샤먼에 있었으나 주민들의 대규모 항의시위로 샤먼시가 추가 건설을 포기 한 뒤, 2005년 이후부터 이곳이 최대 생산기지가 됐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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