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쪽, 당국 경고 뒤 “거짓말 계정 한달 사용정지”
고속철참사 진실 폭로 등 영향력 커지자 위기의식
* 웨이보 : 중국판 트위터
고속철참사 진실 폭로 등 영향력 커지자 위기의식
* 웨이보 : 중국판 트위터
‘중국판 트위터’인 시나 웨이보는 지난 26일 가입자들에게 “거짓소문을 퍼뜨린 웨이보 이용자의 계정을 한달 동안 정지한다”는 통지를 보냈다. ‘후베이성 우한에서 19살 소녀를 살해한 범인이 권력자인 아버지 덕에 풀려났다는 소식’과 ‘중국 홍십자회(적십자사)가 헌혈 받은 혈액를 돈 받고 팔고 있다’는 소식이 사실이 아니며, 이를 올린 사용자 계정은 한달 동안 정지시킨다는 내용이다. 공산당 지도부가 웨이보 운영사를 방문해 경고한 지 나흘 만에 나온 조처다.
류치 베이징시 공산당 당서기는 지난 22일 이례적으로 시나 웨이보 운영사인 시나닷컴 본사를 방문해 “인터넷 기업들은 거짓정보를 결연하게 차단해, 건전한 온라인 미디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인터넷 기업들이 정부 통제를 위협하는 정보가 확산되지 않도록 책임지라는 ‘경고장’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움직임은 웨이보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제거하겠다는 정책의 신호탄인 동시에 ‘웨이보 혁명’이라 불리는 강력한 웨이보의 영향력에 대한 당국의 불안감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최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사회 안정을 위해 웨이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사설과 기사를 잇따라 게재했다.
이미 가입자 2억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되는 웨이보는 ‘인터넷 만리장벽’으로 불리는 중국의 강력한 인터넷 검열·통제에 균열을 일으키며, 공산당의 언론 통제에 대한 가장 강력한 도전이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까지만 해도 6311만명이던 가입자는 6월말 현재 1억9477만명으로 반년 동안 무려 208% 폭증했다.
휴대전화 단문 메시지 등을 통해 순식간에 수만명에게 문자와 동영상 등을 전달할 수 있는 웨이보의 민감한 정보를 중국 당국 검열 인력이 한꺼번에 검열·삭제하기는 역부족이다. 웨이보는 중국 관리들의 부정부패 등 당국이 은폐하려는 사건을 폭로하는 장이 되고 있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방중 때마다 동선이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는 등 검열망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특히 지난 7월23일 원저우 고속철 참사는 웨이보 혁명의 분수령이 됐다. 관영언론들이 보도지침에 따라 영웅적인 구조대 활동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때 네티즌들은 정부가 구조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잔해를 서둘러 묻고 마무리하려 하는 등 문제들을 하나하나 파헤쳤다. 중국인들은 웨이보가 말해주는 ‘진실’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대표적 탐사보도 기자 왕커친은 최근 <로이터> 통신에 “웨이보는 중국인들을 시민기자로 바꿔 놨다”며 “웨이보는 이미 강력한 힘이며, 당국이 웨이보 자체를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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