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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국 중산층 ‘피플파워’ 꿈틀

등록 2011-09-05 20:40

상하이 아파트 화재 유족들, 배상금 수령 거부 “책임자 처벌 먼저”
고속철 진상규명 요구·다롄공장 이전시위 등 권리의식 급부상
# 지난해 11월15일 중국 상하이 중심가 징안구의 아파트 대화재로 58명이 숨지고 70여명이 다친 사고의 유족 상당수가 현재까지 배상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 당국은 사상 최고 배상금인 사망자 1인당 91만5000위안(1억5천여만원)을 제시했지만, 피해자 가족 상당수는 배상금 대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중이다.

# 지난달 랴오닝성 다롄에선 시민 3만여명이 화학공업단지 이전을 요구하며 ‘천안문 시위 이후 최대 규모’의 거리 시위를 벌였다. 태풍으로 해안가 탱크에 저장된 유독물질이 유출될 뻔한 사고 이후, 분노한 시민들이 나선 것이다. 시 정부는 즉각 화공단지 폐쇄와 이전을 약속했다. 시위에 참가한 이들 중 상당수는 세련된 차림의 젊은 직장인들로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시위 현장을 찍어 웨이보에 올리고 자신들의 요구를 전파했다.

중국에서 중산층 ‘피플 파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하이 대화재 피해자 중 21가구는 변호사를 선임해 국무원, 상하이 징안지역 정부, 소방대 등에 정보 공개 청구와 행정 재심 신청을 했으며, 정확한 정보와 증거를 수집한 뒤 책임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홍콩 <명보>가 5일 보도했다. 현재까지 화재 피해 156가구 중 42가구, 사망자 58명 중 20명의 유족만 배상금 수령에 합의했으며, 이들 대부분은 정부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공무원이나 국유기업 직원 등이다. 배상금 수령을 거부한 피해자 가족 상당수가 자기 회사를 운영하거나 외국계 회사 임직원 등 중산층들이다. 법률 지식에 해박한 이들은 관리들과 협상할 때도 반드시 녹화나 녹음을 하고 있다.

피해자 대표 왕 아무개는 “우리는 돈이 모자라지 않다”며 “상하이에서 얼마나 많은 건물들이 화재가 난 건물과 같은 종류의 불에 쉽게 타는 단열재를 사용했는지, 준공검사 과정의 위법행위가 있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우리는 공중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최근 매년 10만건 이상의 집단시위가 일어났지만, 대부분은 강제철거로 집을 잃는 농민이나 생계를 위협받는 이들의 절박한 불만 표출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중국 경제발전에서 큰 이익을 얻고 중국 시스템을 지지해온 중산층이 사회적 문제에 눈을 뜨고 권리 요구에 나서는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칭화대학 사회학과 궈위화 교수는 <명보>에 “원저우 고속철 추락 사고와 상하이 대화재 등에서 ‘중산층 권리 보호 현상’이 나타났다”며 “권리 보호가 물질적 이익이 아닌 공민의 권리를 지키려는 쪽으로 변하게 됐고, 중산층이 법률을 무기로 당국이 법을 지키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7월23일 원저우 고속철 참사에서도 피해자 상당수가 고속철을 탈 만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산층이었고, 이는 철도부의 부정부패와 고속성장의 부작용에 대한 중산층의 우려와 분노에 불을 붙였다.

최근 중국의 중산층 시위와 인도의 반부패 운동가 단식 지지 시위 등은 중동의 민주화 시위 물결과 달리 정부 퇴진을 요구하지 않고 부정부패 척결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장기적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부정부패를 불러온 낡은 시스템에 대한 불만 표출과 민주화 요구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최근 분석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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