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국영기업과 협상’ 보도
리비아 새정부 “증거 확보”
중, 접촉 시인 “계약은 안해”
재건사업 이권 얽혀 초긴장
리비아 새정부 “증거 확보”
중, 접촉 시인 “계약은 안해”
재건사업 이권 얽혀 초긴장
리비아 내전 동안 중국이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에 대량의 무기를 공급하려 했다는 스캔들이 리비아 새 정부와 중국 관계를 뒤흔들고 있다.
파문은 캐나다의 <글로브앤메일>이 지난 7월 중순 카다피 정부 대표단이 베이징에서 중국 국영 군수업체들과 무기 구매 협상을 벌였다고 지난 주말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이 신문이 트리폴리 시내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했다는 카다피 정권의 관용 용지에 쓰여진 4쪽짜리 메모에는, 카다피 정권 대표단이 7월16일 베이징에 도착해 북방공업(노린코) 등 중국 국영 군수업체 3곳으로부터 지대공 QW-18 미사일 등 2억달러어치의 무기를 구매하려 한 협상 내용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알제리를 통해 무기를 전달하고, 알제리 군대에 있는 중국제 무기는 곧바로 넘겨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나온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중국이 내전 기간 동안 중립을 주장하면서도 실제로는 카다피를 지원하는 ‘이중 게임’을 벌였음이 드러나고, 카다피 정권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금지한 유엔 결의 1970호도 위반한 게 된다.
장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카다피 대표단이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기업들과 협상한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정부는 모르는 상황에서 협상이 이뤄졌고, 계약이 체결되지 않아 무기가 리비아로 보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내가 아는 한 유엔 결의 1970호가 채택된 이후 중국은 군사 장비를 리비아에 공급한 적이 없다”며 파문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불편한 리비아 임시정부-중국 관계의 틈은 더욱 벌어질 조짐이다. 리비아 임시정부인 과도국가평의회(NTC)의 압둘라만 부신 대변인은 <뉴욕타임스>에 “중국과 카다피 사이에 무기 거래가 실제로 이뤄졌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 이를 증명할 모든 문서들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언론들은 이번 폭로가 리비아 재건 과정에서 석유와 이권을 독차지하려는 서구의 음모와 관련돼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군사전문가 류장핑은 6일 <환구시보>에 “7월은 이미 카다피 정권이 불안정해진 시기였고, 중국 기업이 그런 시기에 어리석게 리비아에 무기를 수출하려 했을 리 없다”고 말했다.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이번 보도는 중국이 리비아 반군을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반군이 승리한 뒤 중국이 이익을 배분받을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비아 반군과 중국 정부는 최근 리비아 전후 재건 과정에서 ‘중국의 이권 보장’과 리비아의 국외 동결자산 해제 및 정부 인정 문제 등을 둘러싸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지난 주말 과도국가평의회 무스타파 압델 잘릴 의장은 중국이 리비아의 동결 자산 해제를 막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은 최근 리비아의 국외자산 150억달러 동결 해제에 동의했지만, 동결 자산을 추가로 해제해 과도국가평의회에 넘겨주는 데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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