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보에 폭로된 중국 고관들의 명품 시계
중 웨이보에 사진·가격 공개
‘잇단 사고’ 철도부장 도마에
‘잇단 사고’ 철도부장 도마에
명품시계로 탐관오리를 가려낸다?
중국의 한 네티즌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중국 고위관리들이 고가의 명품 손목시계를 차고 있는 사진과 가격을 공개하는 ‘부정부패 감시’ 활동을 벌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지난 주말 웨이보에서 이 내용이 모두 삭제돼 검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화궈산 총서기’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네티즌은 최근 웨이보에 몇달 동안 자신이 감식한 고관들의 명품 손목시계들을 공개했다. 그중 최고가는 화둥지역 한 지방정부 재정 책임자가 찬, 보석으로 리모델링한 오메가 시계로 최소 20만위안짜리다. 후난성의 지방 세무국 부국장은 17만위안짜리 롤렉스 황금 시계를 차고 있다고 이 네티즌은 밝혔다. 최근 잇단 고속철도 사고와 고장으로 비판에 휩싸인 철도부의 성장주 부장(장관)은 7만3500위안짜리 롤렉스 시계를 비롯해, 피아제와 오메가 등 4종류의 명품시계를 차고 있는 사진이 올랐고 가격을 모두 합하면 40만위안이 넘는다. 이외에 루둥푸 철도부 부부장, 인리 위생부 부부장, 장라이우 과학기술부 부부장 등도 모두 4만위안이 넘는 명품시계를 차고 있다.
외국계 기업 간부라는 이 네티즌은 <명보>와의 인터뷰에서 40명의 목숨을 앗아간 7월23일 원저우 고속철 사고가 ‘명품시계 감시’의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텔레비전을 보다 성광주 철도부장이 롤렉스 시계를 차고 있는 것을 보고 검색을 해보니 여러 장소에서 여러 명품시계를 차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일부 관리들은 자신의 명품시계에 대해 공개하지 말라고 전화를 걸어오기도 한다”고 그는 말했다.
네티즌들이 그의 반부패 활동에 열광하면서, 그는 웨이보에서 정의와 반부패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화궈산 총서기’는 17일 밤 자신의 웨이보에서 명품시계 관련 내용들이 모두 삭제됐으며, “선전부의 압력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2억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한 웨이보의 역할이 감시·비판 기능이 급격히 커지자, 최근 중국 공산당 고위간부가 웨이보를 운영하는 시나 닷컴을 방문해 ‘잘못된 정보 차단’을 강조하는 등 당국의 통제 압력이 강화되고 있다. 차오궈웨이 시나닷컴 총재는 18일 베이징에서 열린 포럼에서 “최근 신뢰할 수 없는 소문들을 차단할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혀 정부의 검열 강화 정책을 따를 뜻을 밝혔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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