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76)
‘중국 정부 개입차단 목적’ 해석
“내가 90살쯤 되었을 때 환생 제도를 존속할지를 결정할 것이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76·사진)는 자신의 후계문제와 관련해 1642년부터 수백년 동안 이어져온 티베트 불교의 달라이 라마 환생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중국 당국이 환생 문제와 관련해 아무런 발언권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티베트 불교의 4개 종파가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서 회합을 한 24일 달라이 라마는 이런 내용을 담은 4200자에 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90살이 되면 티베트 불교의 라마 고승, 일반 대중, 그리고 티베트 불교 신봉자들과 논의를 거쳐 달라이 라마 제도를 계속 유지할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런 합법적 방식을 통한 환생 이외에, 중국을 포함해 누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결정한 후보자는 인정할 수 없다”며 중국 정부의 개입을 재차 경고했다.
티베트불교에서 달라이 라마는 관음보살의 화신으로 여겨지며 전대 달라이 라마가 숨지면 고위 승려들이 어린 아이중에서 그의 환생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계승돼 왔다. 현재의 달라이 라마는 14대째다.
이번 발언은 이미 고령인 달라이 라마 자신이 사망한 뒤 후계자를 고를 때 중국이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14대 달라이 라마인 그는 자신의 사후 중국 정부가 후계자를 지명해 티베트 독립세력의 구심점이 사라질 것을 우려해 왔다. 중국 정부는 티베트 불교의 2인자인 판첸 라마의 후계자를 자신들이 지명한 바 있다. 달라이 라마는 최근 인터뷰에서 카톨릭의 교황 선출처럼 비밀투표로 후대 달라이 라마를 뽑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