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 강연서 어린시절 회고
“1960년 아버지는 소위 ‘역사문제’로 조사를 받았다. 그는 더이상 학생들을 가르치지 못하게 됐고, 도시 밖 농장으로 보내져 돼지를 키워야 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마오쩌둥 통치 시기에 가족이 정치적 박해를 받았다고 회고했다. 원 총리가 지난달 25일 톈진에 있는 모교 난카이고등학교를 방문해 학생과 교사들을 상대로 강연하면서 어린 시절의 고난을 회상한 내용은 2일 <중국교육보>에 공개됐다. 중국 지도자들이 공개석상에서 개인사를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는 자신이 “1942년 음력 8월 톈진 북부 교외의 지식인 집안에서 태어나” 일본 침략을 겪었으며, 공산혁명 뒤 마오쩌둥 집권 시기에 교사였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계속 공격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원 총리는 1960년 뇌출혈로 쓰러진 할아버지를 “내가 등에 업고 병원으로 갔다”며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학교에 남아 있던 서류는 할아버지가 계속해서 쓰고 또 써야 했던, 작고 깔끔한 글씨로 쓰인 자아비판 글들로 가득했다”고 말했다.
내년 말부터 진행되는 중국 지도부 교체를 통해 은퇴를 앞둔 원 총리는 지난해부터 여러차례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으나,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가 빈말만 하고 있다는 회의론과 정치개혁을 위해 고독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공존한다.
원 총리는 이날도 “나는 인민 출신이고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가난한 이들에게 연민을 느낀다”며 “그들의 행복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주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을 전쟁과 고난 속에서 보냈고, 가난과 혼란, 기근이 내 젊은 영혼 속에 각인됐다”고도 했다.
원 총리는 “중국은 엄청난 경제적 발전을 했지만 소득분배가 불공평하고, 어떤 지역에서는 ‘군체성 사건’(대중 시위)이 일어나는 등 첨예한 사회적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며 중국의 현재를 우려했다. 이어 “만약 정부가 대중과 국민의 복지를 무시한다면 정부의 근간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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