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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부부 사이도 의견차 남아…한-중 솔직한 대화 필요”

등록 2012-01-03 21:21수정 2012-01-03 22:41

한-중 수교로 만나 결혼한 장중이·김영미씨 부부는 꾸준하고 솔직한 대화로 차이를 넘어서 왔다. 아들 한빈(왼쪽부터), 김영미·장중이씨 부부, 딸 혜림이 베이징 왕징의 집 거실에 앉아 있다.
한-중 수교로 만나 결혼한 장중이·김영미씨 부부는 꾸준하고 솔직한 대화로 차이를 넘어서 왔다. 아들 한빈(왼쪽부터), 김영미·장중이씨 부부, 딸 혜림이 베이징 왕징의 집 거실에 앉아 있다.
한-중 수교 20돌 나와 중국, 나와 한국
어느 한·중 커플이 사는법

월간지 ‘중국’ 편집장 남편
“아내는 가장 깐깐한 독자”
해경사망 등 민감한 문제
한국·중국인 입장서 얘기
“오해 탓 작은 사건도 커져”
아이들 빅뱅·닉쿤에 열광
“아빠 쓰는 붓글씨도 좋아”
18살 국적선택 두고 난감

아내를 만나려고, 중국 산둥에서 출발해 북한 평양을 거쳐 그는 서울까지 왔다.

한-중 수교 직후인 1992년 12월2일, 그는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첫 서울 특파원으로 부임했다. 지국을 개설하면서 중국어 프로그램을 취급하는 소프트웨어 회사에 다니던 서울 토박이 아가씨를 만났다. 회사 일로 자연스럽게 자주 얼굴을 마주하게 된 인연으로 1994년 시작된 연애는 1996년 한-중 커플의 결혼으로 이어졌다.

1992년 8월24일의 한-중 수교가 없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중국인 남편 장중이(한국명 장충의·45)씨와 한국인 아내 김영미(44)씨의 얘기다.

2012년 1월 베이징, 장중이씨는 중국 인민화보사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중국> 한국어판의 편집장이다. 아내 김영미씨는 중국어 번역가다. 부부에게는 한빈(14), 혜림(12) 남매가 있다.

결혼과 함께 장중이씨는 <신화통신>을 그만뒀다. 당시는 중국 정부 산하 언론사에서 외국인과 결혼한 기자가 계속 근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한국 회사에서 2년 일했지만 아이엠에프(IMF) 구제금융 위기로 근무하던 부서가 사라졌다. 한국과 중국에서 사업을 하던 그를 선배가 불렀다. 한글판 <중국> 잡지를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이었다. 기자 일에 대한 미련이 되살아났고, 그는 다시 언론인으로 돌아왔다.


한국과 중국을 잇는 잡지인 <중국>을 만들면서 부부는 많은 속얘기를 나눈다. 아내는 가장 깐깐한 독자이자 조언자다. 남편은 한글로 쓴 편집장의 글을 가장 먼저 아내에게 보여주고 한국 독자로서의 의견을 묻는다. 김씨는 “한국 사람이 보기에 이런 점은 잘 이해되지 않을 거야, 이 부분은 어색해”라며 예리하게 짚어준다. 김씨가 잡지의 마지막 ‘문지기’인 셈이다.

장중이씨를 만난 한국인들은 고급 어휘부터 속담까지 어떤 표현도 막히지 않는 그의 유창한 한국어 실력에 ‘충격’을 받을 정도다. 김씨는 “처음 만났을 때는 남편의 한국어 어휘력이 지금만큼 뛰어나지는 않아서 약간 어눌한 듯 말하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는데 요즘은 한국말을 너무 잘해 막힘없이 다 표현하고 한마디도 지지 않고 다 얘기하니까 얄밉기도 하다”며 웃었다.

장중이씨는 평양의 김일성대학에서 한국어(조선어)를 배웠다. 인구 1억이 넘는 산둥성에서도 손꼽히는 수재였던 그는 원래 베이징대 법대를 지원하고 싶었다. 그런데 대입 시험 점수가 너무 좋았다. 국가교육위원회에선 그를 북한에 보낼 국비장학생으로 선발했다.

1984~89년 김일성대 유학 시절 그는 유학생 대표로 김일성 주석과 만나기도 했다. 한국어를 한마디도 모르고 유학을 갔지만,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며 귀국했다. 중국에 돌아오고 얼마 뒤 한국과 수교가 이뤄졌다. “북한에 갈 때 한-중 수교는 상상도 못했지만 돌아보면 한-중이 가까워지고 수교를 향해 가고 있던 대세는 누구도 거스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한-중 간에 민감한 문제가 등장해 긴장이 높아질 때면, 부부의 대화가 많아진다. “애기 아빠는 중국인 입장에서 얘기를 하고 나는 어차피 한국인 입장에서 얘기할 수밖에 없다.” 중국 선장의 흉기에 찔린 한국 해경이 숨진 사건에 대해서도 김씨는 “어쨌든 사람을 죽인 것은 죄다. 중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라도 당연히 처벌할 수밖에 없다. 외교관계를 떠나 범죄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장중이씨는 “수긍할 것은 수긍해야 하지만 우발적인 면이 있는 사건이고, 민족·국가 간 싸움이나 외교 문제로 확대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서로의 입장에서 충분히 의견을 말하고 좁혀지는 부분은 좁혀지지만, 이견은 여전히 남는다. 장중이씨는 “어차피 우리 가정은 한-중 사이에 놓여 있다. 서로 다 얘기하면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좁혀지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서로 생각을 잘 알고 이해해야 하니까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요즘의 한-중 관계에 대한 고민으로도 이어진다. 장중이씨는 “양국 지도자들보다 일반 국민들끼리는 더 소통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양국 모두 언론이 민족주의를 부추기는 면이 있다. 한-중 간 불행한 사건이나 돌발사태가 터질 때마다 언론이 긍정적 구실보다는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고 걱정한다.

그가 생각하기에 한-중 간에 교류는 많지만 깊이가 부족하다. “한-중 사이에 수많은 포럼이나 회의, 행사가 있지만 솔직한 대화가 오가고 실질적으로 이해하고 친구가 되게 하는 자리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들 사이의 오해가 쌓이면서, 조그만 사건도 민감한 사건으로 확대돼버리곤 한다. “한국 국민은 중국이 급속하게 부상하는 현실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도 민족주의적이고 내가 최고라는 정서가 강해지고 있는데 중국의 국력이 강해질수록 (중국인 자신이) 처신을 더 잘해야 세계 속에 융합될 수 있다.”

중학교 2학년인 아들 한빈은 “아빠는 중국인, 엄마는 한국인이라서 좋다”고 했다. “중국 문화도 한국 문화도 다 알게 되고 중국어도 한국어도 다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한빈은 빅뱅도 좋지만 아빠가 쓰는 붓글씨나 중국 전통문화도 좋고 유럽 축구도 좋아한다. 하지만 딸 혜림은 “중국엔 환경오염 문제도 있고, 중국에서 사는 게 그리 좋지는 않다”고 똑 부러지게 말한다.

아이들은 닉쿤과 빅뱅,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지만, 한국어보다는 중국어를 더 잘한다. 한빈은 18살이면 한국과 중국 국적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아빠는 “한국 군대 가라”고 말한다. 한빈은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 조금 고민스럽지만 자라면서 천천히 더 생각하면서 결정하겠다. 한국도 좋고 중국도 좋은데 국적을 꼭 선택해야 한다는 게 난감하다”고 했다. 김치찌개와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남편을 보면서, 아내는 “국적이 다를 뿐 우리는 특별하지 않다. 그냥 부부, 가족이다”라고 말한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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