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고위당국자 발언 파문
중국 외교부 고위 당국자가 “한국은 어떤 상황에서도 중국 어민에게 무기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서해상의 우리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을 단속하던 우리 해경이 숨진 사건 이후 중국 정부는 외교 경로를 통해 ‘총기 사용 남용’에 대한 우려를 여러 차례 표시해 왔지만, ‘무조건적으로’ 무기 사용의 완전한 금지를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중국 외교부에서 아시아 외교를 총괄하는 부서인 아주사의 뤄자오후이 사장(국장)은 5일 <인민일보> 사이트인 인민망이 마련한 누리꾼과의 대화에서 “우리는 한국의 관련 부서가 문명적인 법 집행을 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중국 어민에게 무기를 사용해 대처하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뤄 사장은 한국이 중국 어선을 단속하면서 총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침을 개정하기로 한 것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누리꾼의 질문에 “중국 어민의 권리와 이익을 지키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며, 중국의 입장은 명확하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뤄 사장은 “한국 해경의 사망은 유감이지만 중국 어민이 관련 해역에서 어업 활동을 하는 것은 주로 생계를 위한 것”이라며 “이런 사건은 어업 질서에 관련한 개별 사안이며 양국 관계의 큰 틀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어떤 경우에도 무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중국 외교부 고위 당국자의 발언은 다른 나라가 주권에 따라 행사하는 치안질서 유지권을 제한하려는 부적절한 요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뤄 사장이 우리 해경의 총기 사용 지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며 “어민이라도 흉기를 들고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에게 저항하는 순간에는 ‘비무장 어민’으로 간주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도 과거 남중국해 등에서 불법조업을 하는 다른 나라 어민에게 총기를 사용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한-중 고위급 전략대화에서 중국 대표단은 한국의 불법조업 단속 과정에서 총기가 남용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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