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남부 대부호 집안 출신
3년동안 선거만 9번 치러
청렴·솔직한 이미지 쌓아
3년동안 선거만 9번 치러
청렴·솔직한 이미지 쌓아
‘대만 첫 여성총통 차이잉원’
12일 신베이의 민진당 당사, 55살에도 여전히 소녀 같은 차이잉원 주석의 사진과 함께 첫 여성 총통의 탄생을 기원하는 선전물들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분위기가 뿌리깊은 대만 정치권에서 온화하지만 강력한 여성 리더십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차이 주석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선거 전략이다.
당사 앞에는 전국의 지지자들이 모금을 담아 보내준 18만5000개의 돼지 저금통을 쌓아 개선문을 만들었다. 2002년 한국 대선 당시 ‘희망돼지’ 캠페인을 연상시키는 민진당의 돼지저금통 모금은 차이 주석에 대한 서민들의 기대와 지지를 상징한다. 그는 공평과 정의를 구호로, 소득감소, 빈부격차 해소, 더 나은 임금과 일자리, 주택 가격 인하, 원전에서 해방된 에너지 정책 등을 내걸고 있다.
‘서민의 대표’ 이미지를 강조하는 차이잉원 주석은 역설적이게도 대만 남부 핑둥현의 대부호의 딸로 태어나 학계와 정치권에서 탄탄대로의 경력을 쌓아왔다. 미국과 영국서 석·박사를 마치고 1984년 귀국해 대만 정치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당시 마잉주 총통과 선후배 교수 사이였다. 2000년 중국과의 관계를 자문하는 대륙위원회 주임위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입법위원(국회의원), 행정원 부원장(부총리) 등을 거쳐, 민진당이 2008년 대선에서 패배한 어려운 시기에 주석에 취임해 구원투수 역할을 맡았다.
민진당 출신 천수이볜 전 총통의 대규모 뇌물수수 등 부정부패 스캔들로 창당 뒤 최대 위기에 처한 당을 되살려냈고, 지난 3년간 9차례 선거에서 7차례 승리하며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미혼인 그는 부정부패와 거리가 먼 청렴하고 솔직한 이미지로 천수이볜의 부패 이미지와 먼 새로운 민진당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지난해 11월 대장암 수술을 받았던 국민당 출신 리덩후이(88) 전 총통은 11일 7개 조간신문에 광고를 싣고 차이잉원 후보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리 전 총통은 육필로 쓴 광고에서 “대만 역사상 가장 큰 성과는 정치적 민주화”라면서 “대만은 국민의 민의를 대변하고 소통하는 유능하고 단호하고, 책임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며 차이잉원이 그런 인물”이라고 밝혔다.
타이베이/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