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적 보호운동의 상징
량쓰청·린후이인 부부 옛집
부동산회사, 불법 기습철거
량쓰청·린후이인 부부 옛집
부동산회사, 불법 기습철거
베이징 중심가에 있던 중국 전통 건축학의 대가 량쓰청, 린후이인 부부의 옛집이 춘절(설) 연휴 동안 기습 철거됐다.
베이징 동청구의 베이쭝부 후퉁(중국 북부 지역의 전통 골목길)에 있던 중국 전통 가옥 사합원 양식의 이 집은 중국 문화유적 보호 운동의 상징이다. 중국의 개화 사상가 량치차오(양계초)의 아들로도 유명한 건축학자 량쓰청(1901~1972)과 미국 유학파 신여성이자 건축학자, 문인이었던 린후이인(1904~1955) 부부가 1930년대에 세들어 살며 활발한 활동을 했던 곳이다.
량-린 부부는 1949년 공산당 정권이 들어섰을 당시 옛 성벽 등이 그대로 남아 있던 베이징 옛 도시를 그대로 보존하고, 정치·행정 기능을 가진 신도시는 따로 건설해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이 제안을 거부하고 성벽과 성문을 모두 철거하고 도로를 냈다. 이들 부부가 살던 집도 베이징 옛 도시와 같은 운명을 맞았다. 2009년 7월 국영 화룬그룹 산하 부동산 개발 회사가 이 지역을 상업 시설로 개발하려고 량-린 부부 옛집의 대문과 일부 행랑채를 철거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예술가들과 학자들이 보존 운동에 나서면서, 결국 베이징시 문물국이 나서 철거를 중단시키고 유적 관리 대상으로 지정했다.
2년 반 동안 끌어온 개발과 보존의 싸움은 지난주 춘절 연휴를 맞아 부동산 개발 회사가 시 당국의 허가도 받지 않고 집 전체를 헐어버리면서 ‘개발’의 승리로 끝났다. 28일 베이징 둥청구 당국은 “부동산 개발 회사는 춘절 (불꽃놀이) 기간 동안 주택이 (화재) 피해를 입는 것을 막기 위해 철거했다”는 해괴한 논리를 대면서, 주택이 다시 지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30일 많은 중국 언론들이 이번 ‘불법 철거’를 비판하는 사설을 실었고, 인터넷의 비난 여론도 뜨겁다. 베이징을 비롯해 중국 각지의 지방정부들은 토지를 부동산 개발 회사에 팔아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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