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선 원조에 환대, 다른쪽선 노동자 피랍…
존재감 커지자 아프리카 내부 정쟁에 이용돼
존재감 커지자 아프리카 내부 정쟁에 이용돼
중국이 아프리카연합에 초현대식 본부 건물을 지어준 날, 아프리카 수단에서 중국인 노동자들이 반군에 납치된 사건이 아프리카에서 중국이 부딪힌 전략적 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28일 남수단과의 국경지대인 수단 남부 남코르도판주에서 반정부 무장조직 수단인민해방운동에 납치된 중국 노동자 29명은 31일 오후까지도 풀려나지 않은 상태라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중국 국영기업 수이뎬 소속인 이들 노동자들은 도로 공사중이었으며, 현장에 함께 있던 18명은 도망쳤고 1명은 실종 상태다.
납치가 벌어진 날은 마침 중국 권력서열 4위인 자칭린 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이 에티오피아를 방문해 중국이 2억달러를 들여 지어준 아프리카연합 본부 청사 준공식에 참석하고 3년간 6억위안(1064억원)을 무상원조하겠다고 선언한 날이다.
대조적인 두 장면은 거침없던 중국의 아프리카 외교가 위기에 부딪힌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분쟁과 갈등을 벌이고 있는 아프리카의 라이벌 세력들이 중국을 이용해 상대방에 압력을 가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복잡한 분쟁에 낀 표적이 돼, 위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취싱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은 30일 <환구시보>에 “이번 납치 사건에 정치적 동기가 있다면, 일부 정치세력들이 중국 노동자들을 인질 삼아 수단 정부의 양보를 얻어내려 하거나, 중국 정부에 압박을 가해 정책을 바꾸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노동자들을 납치한 무장조직은 남수단 인민해방운동(군)의 북수단 분파로 수단 정부(북수단) 전복을 외치고 있으며, 수단 정부는 이들이 남수단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비판한다. 중국은 북부의 수단 정부를 오랫동안 지원하면서 석유·사회기반시설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으나, 지난해 7월 남수단이 독립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주요 유전은 남수단에, 수출항은 북수단에 있는 상황에서, 남수단은 수단이 요구하는 원유 통과료를 줄 수 없다며 지난주 원유 생산을 중단해버렸다. 중국은 남북 수단 사이를 오가며 중재에 나섰으나 남수단은 계속 버티고 있다. 하루 원유 수입량의 5%를 남수단에서 수입하던 중국도 난감한 상황이다.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은 아프리카연합 정상회의에서 자칭린 정협 주석에게 수단과의 갈등 속에 원유 생산을 중단한 남수단에 중국이 압박을 가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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