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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 아직도 인민재판 “양팔 붙잡힌 여성 40분간…”

등록 2012-02-01 15:33수정 2012-02-01 15:42

공개비판 집회 여전히 지방정부 주도로 횡행
반정부 행위 사람들에 ‘본때 보이기식 형벌’논란
광장에서 양복차림의 남성이 마이크를 잡고 연설을 하고, 그 뒤의 횡단막에는 ‘진정에 관한 위법행위 공개처리대회’라는 글씨가 써 있다.

2010년 3월 중국 시안시 교외에서 주정부 주도로 열린 공개 규탄대회에 43살의 여성 등 두 명의 여성이 대중들 앞에 섰다. 이 여성들은 경찰관에게 양팔을 붙잡힌 채 40분간 당국자의 위법내용을 들어야 했다. “위법진정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 천안문 광장에서 진정서를 계획하고….”

지역 텔레비전 방송사는 이 규탄대회를 방영하고 지방정부는 사진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1960~1970대 중국 전역을 광풍으로 몰아넣은 문화대혁명(문혁)을 연상시키는 공개비판 집회(인민재판)이 여전히 지방정부 주도로 횡행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지난달 30일 1~2면 현지 르포기사로 크게 보도했다.

중앙정부에서는 1980년대부터 문혁의 잔재인 인민재판 개최를 금지해오고 있으나, 지방정부는 공개모욕 주기식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인민재판은 과거에는 강간, 살인, 마약사범 등 강력범죄자를 대상으로 했으나 최근 몇년 새 반정부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본때 보이기식 형벌’로서 활용하는 경우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당시 인민재판에 회부당했던 여성은 <아사히신문> 기자에게 “머리 속이 하얗게 됐다. 잘 기억나지 않은 것도 많다. 쇼크로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고 당시의 충격을 전했다. 이 여성은 인민재판 회부 한달 전쯤부터 베이징에 가서 지방정부의 구획정리사업으로 수용당한 농지의 보상을 요구해왔다. 중국어로 ‘샨판’이라고 불리는 중앙에 대한 진정은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제도이다. 베이징에 있는 ‘국가신방국’이라는 정부 청사 앞에는 매일같이 지방에서 온 진정인으로 넘쳐난다.

이 여성은 신방국 앞에서 집회를 갖기 전날 밤 숙소에 들이닥친 경찰관에 연행된 뒤 지역 사법당국에 신병이 인도됐다. 그 뒤 살고 있는 지역으로 돌아온 이 여성은 인민재판에 회부된 뒤 ‘행정경고’를 받고 석방됐다. 그러나 이 여성은 아직도 그때 받은 굴욕감이 씻어지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다. 너무나도 비인도적이다.”

허난성 심양시 인구 4천명의 한 마을 주민 6명도 2008년 3월 비슷한 일을 겪었다. 공금횡령 등 촌장의 부패의혹을 규탄하는 문서가 가가호호에 투함된 다음달 조 아무개 등 8명의 마을 주민이 경찰에 체포됐다. 그전에 지방당국에 대한 불만을 호소하는 진정서를 성이나 중앙에 거듭 제기했다는 혐의였다. 그러나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체포된 사람들은 무죄를 호소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수주일 뒤 그중 6명이 뒤로 수갑이 채워진 채 트럭에 강제로 실렸다. 황색 죄수복도 입혔다. 목에는 검은 글씨로 명예훼손을 뜻하는 ‘무고함해죄’라고 쓰여진 판대기까지 걸렸다.

트럭은 마을을 관할하는 시의 거리를 천천히 돌아 중심부 집회장으로 향했다. ‘공공질서를 문란케 한 사건’이란 현수막이 걸리고 수만 명이 동원됐다. 경찰관에 내몰려 단상에 올라 무릎까지 끓으라고 강요를 받았다.

“그때 집에 돌아왔다면 목을 매어 죽었을 거다. 구치소에 돌아왔기에 죽고싶어도 죽지 못했지만….”

장아무개(57)는 이렇게 말했다. 체면을 중시하는 나라이므로 굴욕감은 그만큼 컸다. 그 뒤 8명은 정식으로 체포돼 기소됐다. 1심에서는 징역 2년 등의 유죄판결이 나왔으나 2심 재판부는 증거불충분으로 1심으로 사건을 환송했다. 그러나 같은 1심 법원에서 다시 유죄판결을 내렸고, 다시 2심에서 두번 째 무죄판결이 나오자 지방검찰당국은 그 때서야 기소를 취하했다. 교도소에서 석방됐을 때는 체포 이후 1년 반 가까이 지났다.

이 마을의 상급 자치단체 사법당국자는 “너무나 엉망인 판결이라고 깨달은 당 중앙이 석방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지방당국이 이처럼 인민재판이라는 초법적인 수단을 활용하고 있는 데는 부정부패 사건 등 자신들의 정치적 업적이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급속한 경제개발과 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당간부가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어 셀 수 없는 부정부패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간부들의 부패문제를 다루는 ‘기율검사당국’에는 매년 140만 건의 진정서가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베이징 대학의 한 교수는 “지방 지도자들은 커다란 압력을 받고 있다. 문제가 불거지면 출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중앙정부에 진정서를 내는 주민들의 연행을 정당화하기 위해 독자적인 규정을 만드는 지방정부도 있다.

협서성의 규정에 따르면 ‘천안문 광장이나 국가 지도자가 사는 장소, 그외에 민감한 장소’ 등에 접근하는 것은 위법이다.

지방당국에 연행된 뒤 다시 베이징을 향하는 진정인들 행렬은 끝이 없다. 상하이 정부의 재개발 사업으로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자택을 철거당한 한 여성(48)은 “70차례 이상, 베이징에 진정서를 내러 왔다. 그때마다 체포됐다. 한번은 노동교화소에 보내진 적도 있다”고 말했다.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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