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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 권력암투 서막…첫 타깃은 보시라이

등록 2012-02-09 20:39수정 2012-02-10 09:48

최측근 왕리쥔 충칭 부시장, 미국 망명시도설 파문확산
“보시라이는 간신” 서한공개…태자당세력 타격 불가피
중국 서남부 대도시 충칭에서 ‘범죄와의 전쟁’을 지휘해 ‘충칭의 포청천’으로 불리는 왕리쥔(53) 부시장이 미국 영사관에 망명을 시도한 뒤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중국 차기 지도부를 향한 본격적인 권력투쟁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왕 부시장은 차기 지도부의 유력 후보인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의 최측근이며, 이번 사건으로 보 서기는 정치적 치명상을 입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8일 “왕 부시장이 이번주 초 청두 총영사관에 면담을 요청해와 면담이 잡혔으며, 우리 직원들이 그를 만났다”며 “그는 자발적으로 영사관을 떠났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미국의 발표는 왕 부시장이 1급 기밀문서를 들고 충칭과 가까운 쓰촨성 청두의 미국영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시도했다는 소문이 중국 인터넷 등을 통해 급속히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베이징과 충칭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왕 부시장이 미국 망명을 거절당한 뒤 공산당의 감찰기구인 기율검사위 조사반에 의해 8일 베이징으로 압송됐다고 보도했다. 왕 부시장은 ‘범죄와의 전쟁’ 와중의 가혹수사와 부정부패 등에 대한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왕 부시장이 ‘주군’이었던 보시라이 서기를 “최대 간신”으로 공격하는 서신이 공개됐다. 9일 해외 반체제 사이트인 보쉰닷컴을 통해 공개된 ‘전세계에 보내는 공개서신’에서 왕 부시장은 “보 서기가 ‘공산당을 찬양하고 범죄를 소탕한 것’은 정치국 상무위원이 되려고 벌인 술수에 불과하며, 보시라이가 벌인 ‘문화대혁명’이었다”고 비난했다. “보시라이는 충칭을 자기 천하로 만들었고, 최고 지도자가 되려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는 표현도 등장했다. 그가 사라지기 전인 지난 3일 작성된 것으로 돼 있는 서신에서 왕 부시장은 “세상 사람들이 이 서신을 볼 때쯤이면 나는 이미 존재하지 않거나 자유를 빼앗겼을 것”이라고 썼다. 그러나 편지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충칭시는 지난 1일 왕 부시장이 겸직하던 공안국장직을 갑자기 그만둔다고 발표한 데 이어, 8일엔 왕 부시장이 “과로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병가 형식의 치료를 받고 있다”는 석연치 않은 발표를 했다.

다음달 5일부터 시작되는 중국 주요 정치행사인 양회(전인대·정협)를 앞두고 터져나온 이번 사건은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 진행중인 치열한 권력투쟁의 산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국 공산당 내 3대 파벌 중 하나인 태자당(혁명원로와 고위관리 자제) 세력의 맏형으로 꼽히는 보시라이 당서기는 애초 차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됐지만, 이번 사건으로 ‘빨간불’이 켜졌다.

왕리쥔의 의문의 행보는 태자당과 공청단(공산주의청년동맹)파의 다툼에서 희생양이 되자, 자구책을 찾으려는 방어적 행동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는 2008년부터 충칭시 공안국장으로 ‘범죄와의 전쟁’을 지휘하면서 범죄조직을 비호한 고위관리들까지 엄벌하는 ‘성역 없는 수사’를 벌여, 보시라이가 강력한 지도자로 전국적 명성을 쌓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의 고문 등 가혹행위가 문제가 돼 조사가 시작된 뒤, 보 서기가 자신과 선을 그으려 하면서 사이가 틀어졌다는 해석이다. 왕리쥔이 미국영사관에 들어간 뒤 충칭시 간부들이 70여대의 경찰 차량을 동원해 영사관 앞에서 그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으나 중앙 당에서 그를 데려갔다는 소식이 사진과 함께 퍼지고 있다.


■ 보시라이 당서기는 누구?

태자당 대표주자…차기 상무위원 유력

공청단 계열 왕양과 경합

‘왕리쥔 망명 시도설’ 파문 속에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의 운명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중국 혁명원로 보이보 전 부총리의 아들인 보시라이 당서기는 시진핑 부주석과 함께 태자당 세력의 대표 주자다. 보 서기는 올가을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중국 권력의 핵심인 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하기 위해 공청단(공산주의청년동맹) 계열의 왕양 광둥성 당서기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차기 ‘5세대 지도부’를 이룰 정치국 상무위원 9명(7명으로 줄 수도 있음) 중 시진핑 부주석과 리커창 부총리는 이미 진입이 확정됐고, 왕치산 부총리, 리위안차오 공산당 조직부장 등은 안정권으로 분류된다. 나머지 자리를 둘러싸고, 후진타오 주석의 기반인 공청단파와 태자당파, 장쩌민 전 주석과 밀접한 상하이방 등 3대 파벌 사이에 자기 세력의 인물을 한명이라도 더 진입시키기 위한 물밑 경쟁이 뜨거운 상태다. 따라서 이번 사건으로 보 서기의 진입이 불가능해질 경우 같은 태자당 계열인 시 부주석에게도 타격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보시라이 서기의 운명은 차기 중국의 통치모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보시라이 서기는 분배를 강조하되 정치·사회적 통제는 강화하는 ‘충칭 모델’, 라이벌인 왕양 서기는 성장에 방점을 두되 개방적 사회 모델을 지향하는 ‘광둥 모델’을 각각 내세워 경쟁을 벌여 왔다.

이번 사건은 6년 전 ‘상하이방의 황태자’ 천량위 상하이시 전 당서기가 대규모 부정부패로 낙마한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다. 당시에도 천량위의 최측근이 부패 사건으로 적발된 게 발단이었다.

천량위 사건은 공청단 세력이 상하이방 세력에 타격을 가한 권력투쟁으로 해석된 것처럼, 이번 사건은 태자당을 향한 공세라는 해석이 나온다. 9일 <충칭일보> 등 충칭시 관영언론들은 ‘범죄와의 전쟁’ 성과를 대대적으로 강조하며, 이번 사건이 보서기에게 미칠 악영향을 차단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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