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측근 왕리쥔 충칭 부시장, 미국 망명시도설 파문확산
“보시라이는 간신” 서한공개…태자당세력 타격 불가피
“보시라이는 간신” 서한공개…태자당세력 타격 불가피
중국 서남부 대도시 충칭에서 ‘범죄와의 전쟁’을 지휘해 ‘충칭의 포청천’으로 불리는 왕리쥔(53) 부시장이 미국 영사관에 망명을 시도한 뒤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중국 차기 지도부를 향한 본격적인 권력투쟁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왕 부시장은 차기 지도부의 유력 후보인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의 최측근이며, 이번 사건으로 보 서기는 정치적 치명상을 입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8일 “왕 부시장이 이번주 초 청두 총영사관에 면담을 요청해와 면담이 잡혔으며, 우리 직원들이 그를 만났다”며 “그는 자발적으로 영사관을 떠났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미국의 발표는 왕 부시장이 1급 기밀문서를 들고 충칭과 가까운 쓰촨성 청두의 미국영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시도했다는 소문이 중국 인터넷 등을 통해 급속히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베이징과 충칭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왕 부시장이 미국 망명을 거절당한 뒤 공산당의 감찰기구인 기율검사위 조사반에 의해 8일 베이징으로 압송됐다고 보도했다. 왕 부시장은 ‘범죄와의 전쟁’ 와중의 가혹수사와 부정부패 등에 대한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왕 부시장이 ‘주군’이었던 보시라이 서기를 “최대 간신”으로 공격하는 서신이 공개됐다. 9일 해외 반체제 사이트인 보쉰닷컴을 통해 공개된 ‘전세계에 보내는 공개서신’에서 왕 부시장은 “보 서기가 ‘공산당을 찬양하고 범죄를 소탕한 것’은 정치국 상무위원이 되려고 벌인 술수에 불과하며, 보시라이가 벌인 ‘문화대혁명’이었다”고 비난했다. “보시라이는 충칭을 자기 천하로 만들었고, 최고 지도자가 되려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는 표현도 등장했다. 그가 사라지기 전인 지난 3일 작성된 것으로 돼 있는 서신에서 왕 부시장은 “세상 사람들이 이 서신을 볼 때쯤이면 나는 이미 존재하지 않거나 자유를 빼앗겼을 것”이라고 썼다. 그러나 편지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충칭시는 지난 1일 왕 부시장이 겸직하던 공안국장직을 갑자기 그만둔다고 발표한 데 이어, 8일엔 왕 부시장이 “과로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병가 형식의 치료를 받고 있다”는 석연치 않은 발표를 했다.
다음달 5일부터 시작되는 중국 주요 정치행사인 양회(전인대·정협)를 앞두고 터져나온 이번 사건은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 진행중인 치열한 권력투쟁의 산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국 공산당 내 3대 파벌 중 하나인 태자당(혁명원로와 고위관리 자제) 세력의 맏형으로 꼽히는 보시라이 당서기는 애초 차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됐지만, 이번 사건으로 ‘빨간불’이 켜졌다.
왕리쥔의 의문의 행보는 태자당과 공청단(공산주의청년동맹)파의 다툼에서 희생양이 되자, 자구책을 찾으려는 방어적 행동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는 2008년부터 충칭시 공안국장으로 ‘범죄와의 전쟁’을 지휘하면서 범죄조직을 비호한 고위관리들까지 엄벌하는 ‘성역 없는 수사’를 벌여, 보시라이가 강력한 지도자로 전국적 명성을 쌓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의 고문 등 가혹행위가 문제가 돼 조사가 시작된 뒤, 보 서기가 자신과 선을 그으려 하면서 사이가 틀어졌다는 해석이다. 왕리쥔이 미국영사관에 들어간 뒤 충칭시 간부들이 70여대의 경찰 차량을 동원해 영사관 앞에서 그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으나 중앙 당에서 그를 데려갔다는 소식이 사진과 함께 퍼지고 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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