렁춘잉(58) 홍콩 행정장관
평민 이미지·민생공약 강조
친중국 선거인단 지지 얻어
홍콩인들, 직선제 요구 확산
친중국 선거인단 지지 얻어
홍콩인들, 직선제 요구 확산
직선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 속에, 친중국계 렁춘잉(58) 후보가 홍콩 행정수반인 행정장관에 당선됐다.
25일 홍콩 컨벤션전시센터에서 실시된 선거인단 1200명의 투표에서 홍콩 정부의 자문기구인 행정회의 소집인(의장)을 지낸 렁춘잉 후보가 1132표의 유효 투표 중 689표를 얻어 당선이 확정됐다고 홍콩 언론들이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애초에 지원했던 헨리 탕(60) 전 정무사장(총리격)은 285표, 민주파 진영의 앨버트 호 후보는 76표를 얻는 데 그쳤다. 렁 후보는 중국 정부의 임명을 거쳐 7월1일 5년 임기의 홍콩 행정장관에 취임한다.
이번 선거는 1997년 홍콩이 영국 식민지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래 가장 치열한 혼전 양상을 보였다. 애초 중국은 대기업가 출신인 헨리 탕 후보를 지원했다. 하지만 탕 후보가 혼외정사 스캔들에 이어 대저택의 지하를 불법개조해 호화시설을 설치한 사실이 폭로된 ‘지하실 게이트’로 지지율이 급락하자 막판에 렁춘잉 지지로 돌아섰다. 그를 억지로 당선시킬 경우 홍콩인들의 반중감정이 악화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경찰관의 아들이라는 평민 이미지를 강조한 렁춘잉은 물가 안정, 공공주택 건설, 서민생활 향상 등 민생 개선 공약을 내세웠다. 그는 홍콩이공대학을 졸업하고 부동산 컨설팅 분야의 기업가로 활동하다 1985년 정치에 입문했다. 홍콩 경제를 좌우하는 재벌과 부동산 기업가들은 렁춘잉의 정책에 반감을 드러내고 있으며, 아시아 최고 부호인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은 공개적으로 헨리 탕을 지지했다. 선거 막바지에는 렁 후보가 범죄조직과 관련돼 있고 비밀 공산당원이며, 2003년 경찰의 시위 폭력 진압을 옹호했다는 등의 반대 진영의 네거티브 공세가 이어졌다.
두 친중국계 후보 사이에 고민하던 중국 지도부는 지난주 들어 류옌둥 국무위원을 홍콩에 인접한 광둥성 선전에 내려보내 렁춘잉 지지를 촉구했다. 선거인단 대부분이 중국 영향권의 인사로 짜여, 중국의 ‘선택’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중국은 렁춘잉을 선택했지만, ‘중국이 통제하는 선거’에 홍콩인들의 반감은 크게 고조된 상태다. 25일 투표장 밖에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직접선거” “소수만의 선거를 없애라” 등의 구호를 외치다 경찰과 충돌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했다.
홍콩에는 중국과 다른 ‘일국양제’(1국2체제) 시스템이 적용되지만, 실제로는 중국이 홍콩의 모든 것을 통제한다는 불만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정서는 중국 임산부의 홍콩 원정출산을 둘러싼 불만, 중국인들의 태도가 무례하다고 느끼는 홍콩인들과의 충돌, 중국인들의 부동산 구입으로 인한 집값 폭등 등을 둘러싼 긴장 등으로 표출되고 있다.
선거인단 투표와 별도로 홍콩대학이 23~24일 실시한 모의투표에는 홍콩 주민 22만3000명이 참여했는데, 55%가 기권표를 던졌고 세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10%대에 머물렀다. 홍콩 일반인들의 이번 선거에 대한 반감을 읽을 수 있다.
중국은 2017년에는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후보 자격은 직접 심사하겠다는 입장이며, 구체적 로드맵은 내놓지 않고 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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