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불똥 튄 광둥성 르포
유럽·미국시장 위기로 수출 급감
인건비는 3년만에 두배로 올라
외국기업, 동남아 등으로 이전
첨단산업 위주 체질개편 모색
외자유치 등 성과는 지켜봐야
유럽·미국시장 위기로 수출 급감
인건비는 3년만에 두배로 올라
외국기업, 동남아 등으로 이전
첨단산업 위주 체질개편 모색
외자유치 등 성과는 지켜봐야
“중국 상황이 계속 이렇다면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최대의 수출 산업단지인 광둥성 둥관, 한 한국계 전자제품 기업의 간부는 ‘중국 엑소더스’를 염두에 두고 최근 필리핀에 공장을 세웠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둥관에서 손꼽히는 탄탄한 기업 중 하나인데도, 유럽과 미국 시장의 위기로 수출 주문이 급감하고 있는데다 임금을 비롯한 생산비용이 너무 가파르게 올라 탈출구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간부는 “우리는 그나마 상황이 좋은 편인데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주문이 20~30% 줄었고, 주변 기업 중에는 50%씩 준 곳도 많다”며 “알고 있는 전자업체 가운데 5곳이 필리핀으로 공장을 옮기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2~5일 둘러본 광둥성 곳곳에선 최근 유럽발 경제위기 속에 ‘세계의 공장’이 겪고 있는 고통이 피부에 와 닿았다. 세계 의류·신발·완구 등 노동집약적 산업들은 이미 버티지 못하고 광둥을 떠나기 시작한 지 오래고, 비교적 상황이 좋던 전자 등 첨단 기업들마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잘나가던 전자산업도 최근에는 스마트폰 관련이 아니면 다 어렵다”고 기업가들은 말한다. 중국 경제의 핵심인 광둥성의 ‘엔진’이 식어가고 있는 것이다.
2011년 광둥성 국내총생산(GDP)은 5조2673억위안(8332억달러)으로 중국 전체의 11%를 차지하며, 1인당 GDP(7819달러)는 98년 이래 부동의 1위다. 특히 대외무역 규모는 9134억달러로 중국 전체의 25%를 차지하는 수출 중심지이자 ‘세계의 공장’이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되고 그나마 지난해 나아지던 미국 경제가 다시 꺾인 것은 직격탄이 되고 있다. 1~4월 광둥성의 수출액은 1686억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5.5%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증가율 32.8%에 비하면 6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광둥성 기업들의 이윤은 전년 동기 대비 21.1% 감소했다. 이는 최근 한국 등 외국기업들의 ‘엑소더스’로 이어지고 있다.
사실 유럽발 쇼크 이전부터 이미 광둥성에선 중국 소기업들이 잇따라 도산하며 ‘저임금에 기댄 성장’의 한계를 드러냈다. 둥관 지역의 경우 2009년 540위안이던 최저 임금이 1150위안으로 불과 3년 만에 2배로 올랐다. 한 기업의 재무담당자는 “인건비 상승뿐 아니라 중국 정부가 외국기업에 주던 혜택이 다 없어졌고,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으로 인한 환차손까지 겹겹의 타격을 받고 있다”고 했다. 최근 유럽발 쇼크는 이런 광둥성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느긋했던 광둥성도 다급해진 모습이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선도했던 광둥은 최근 몇년간 ‘제조 광둥에서 창조 광둥으로’, ‘새장을 비워 새를 바꾼다’(騰籠換鳥)는 정책을 내걸고, 중국의 새로운 성장모델을 모색하면서 산업 고도화 정책에 나섰다. 이 정책에 따라 지난해 말까지 광둥성에서 퇴출된 기업은 7044개, 도태돼 문을 닫은 곳은 7만2200곳에 이른다. 광둥성 정부는 대신 1만4700개의 기업을 새로 유치했고 신규 유치 기업 가운데 하이테크 제조업과 첨단 서비스업 비중이 55%에 이른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이 성과가 나오기도 전에 수출과 투자 유치의 위기가 뚜렷해진 것이다. 광둥성은 얼마 전까지 ‘경쟁력 없는 기업은 나가라’는 느긋한 태도로 노동집약적인 기업 퇴출에 적극적이었지만, 기업들의 ‘광둥 탈출’ 속도가 너무 빨라지자 당황하는 분위기라고 기업가들은 전한다. 한 기업가는 “지난해 여름 중국 중앙정부에서 둥관에 조사팀을 파견해 기업 이전 상황에 대해 조사를 했다”며 “그 뒤 둥관지역에서는 임금 인상 발표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정젠룽 광둥성 대외무역경제합작청 부청장은 “국제 수요가 줄고 생산원가가 오르는 어려움 속에서도 성 정부 간부들이 올해 25차례 신흥시장 국가를 방문하기로 하는 등 신흥시장 개척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5일, 마카오가 손에 잡힐 듯 마주보이는 광둥성 남부 주하이의 섬 헝친다오는 106㎢의 섬 전체가 거대한 공사장이었다. 몇년 전까지 양식장이 즐비한 어촌이었던 섬이 금융·첨단과학기술산업 중심의 특구로 변신중이다. 중국 정부는 2009년 이곳을 상하이의 푸둥과 톈진의 빈하이를 잇는 3번째 국가급 개발신구로 지정했다. 2020년까지 1000억위안을 투자해 중국 경제의 핵심인 광둥성과 마카오, 홍콩을 통합해 ‘신성장 동력’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개발구 관계자에게 외자 유치 실적을 묻자, “홍콩·마카오 자본 외에 아직 확정된 외국 투자는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중국 경제 중심지의 화려한 겉모습 뒤로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둥관·광저우·주하이/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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