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 15돌 ‘민심 싸늘’
40만명 ‘정경유착 끊자’ 대규모 시위
현지기자는 ‘천안문’ 따져묻다 체포
외형 성장에도 빈부격차 사상최고
2047년 본토통합 앞두고 불안고조
40만명 ‘정경유착 끊자’ 대규모 시위
현지기자는 ‘천안문’ 따져묻다 체포
외형 성장에도 빈부격차 사상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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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홍콩이 영국 식민통치 시대를 마감하고 중국에 반환된 지 15주년을 맞았다. 중국 당국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이날 오전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거행된 ‘홍콩 주권반환 15주년 기념식’과 ‘제4기 홍콩 정부 출범식’에 참석한 모습을 중국 전역에 생중계하며 축제 분위기 띄우기에 공을 들였다. 지난 3월 간접선거에서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당선된 렁춘잉 신임 홍콩 행정장관은 후 주석에게 취임 선서를 했다. 행사는 홍콩인들이 쓰는 광둥어가 아닌 중국 표준어인 푸퉁화로만 진행됐다.
후 주석은 축하 연설에서 “홍콩에선 지난 15년간 ‘일국양제’(1국가 2체제)와 고도의 자치 부여 원칙이 철저히 시행됐다”며 “홍콩은 역사상 어느 때보다 민주적 권리와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홍콩의 민심은 들끓고 있다. 1일 기념식 행사는 철통 경비 속에 진행됐지만 후 주석의 연설이 시작된 직후 행사장 안에서 한 남성이 기습적으로 “6·4(천안문 민주화 시위 진압) 사건을 재평가하라” “일당 독재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다 경비원들에게 끌려나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행사장 밖에서는 시위대가 렁춘잉 신임 행정장관의 초상화를 태우며 “공산당과 끝까지 싸우자”는 구호를 외쳤다. 렁 행정장관은 호화맨션 안에 6개의 불법 건축물을 설치한 것이 최근 폭로되면서 사임 압박을 받아왔다.
지난 30일 후 주석이 크루즈 선착장 공사장을 방문했을 때는 “후 주석, 홍콩인들은 천안문 사건 재평가를 원하고 있다. 들리느냐?”는 기자의 질문이 날아들었다. 질문을 던진 홍콩 <핑궈일보> 기자 혼유팅은 3~4명의 경찰에게 붙잡혔다가 15분 뒤 석방됐다. 홍콩기자협회는 언론 자유 침해라고 항의했다.
1일 오후 홍콩 시민단체들이 주최한 거리행진에는 무더위 속에서도 주최 쪽 추산 40만명(경찰 추산 5만5000명)이라는 대규모 인파가 집결했다. 이날 시위는 ‘당-관료-기업의 정경유착을 내쫓고, 자유와 민주를 쟁취하자’는 주제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6월 의문사한 중국 반체제 인사 리왕양과 천안문 시위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표시로 검은색 또는 흰색 옷을 입고 나왔다.
홍콩인들의 중국에 대한 감정은 착잡하다. 홍콩 경제는 중국의 투자와 관광객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지만, 중국에 대한 이질감과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지난 15년간 홍콩은 겉보기에는 화려한 성장을 해왔지만, 서민들은 삶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부유한 중국인들이 홍콩 내에 대거 주택을 구입하면서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다. 6월에 발표된 2011년 홍콩의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0.537로 사상 최고로 치솟았다.
2047년이면 일국양제가 끝나고 중국에 완전히 통합되는 일정을 앞두고, 중국의 비민주적 체제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천안문 시위로 23년 동안 옥고를 치른 뒤 6월 의문사한 리왕양 문제가 홍콩에서 큰 사회적 이슈가 된 것도 이런 민심을 반영한다. 중국은 2017년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를 약속했지만, 로드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홍콩대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883명 중 63.8%가 홍콩 상황이 주권 반환 이후 더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2007년 조사 때보다 ‘더 나빠졌다’는 응답이 27.7%포인트 늘었다. 중국 중앙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도 37%로 1997년 이후 가장 높았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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