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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노동자 연쇄자살’ 폭스콘
중국 첫 자주적 노조 실험

등록 2013-02-04 20:24수정 2013-02-04 22:57

무기명 투표로 첫 노조대표 선거
당 통제 ‘공회’가 중심인 중국서
노동조직에 변화 가져올지 촉각
  
애플 하청 중국 최대 민간기업
열악한 노동환경 뭇매뒤 대수술
중국에서 120만명이 넘는 노동자를 고용해 애플의 아이폰 등을 생산하고 있는 거대 전자기업 폭스콘이 노동자들의 직접 선거를 통해 자주적 노조를 구성한다. 노동자 연쇄 자살과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비판받아온 폭스콘이 노동 관행을 대수술하겠다는 것으로, 당국이 통제하는 노조만 존재하는 ‘세계의 공장’ 중국의 노사 관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폭스콘은 노동자들의 선거로 노조 대표와 주요 위원들을 선출해 ‘진정으로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노조’를 설립하는 작업에 착수한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4일 보도했다. 폭스콘 관계자는 “폭스콘노동위원회연합의장(노조대표)과 소속 20개 위원회 위원들을 5년에 한번씩 무기명 투표를 통해 선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에서는 생산직 노동자를 더 많이 선출하고 관리자들은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폭스콘 쪽은 밝혔다. 중국 내 대형 사업장 가운데 자주적 노조를 결성하는 것은 처음이다.

폭스콘은 춘절(설) 연휴 이후 미국 노동감시단체인 공정노동협회(FLA)의 지원을 받아 노동자들에게 노조 선거에 대한 교육을 시작할 예정이다. 우선 올해와 내년 임기가 끝나는 약 1만8000명 노조 위원들의 후임을 노동자들의 직선으로 뽑는다.

중국 대부분의 공장에서 노조는 공산당의 통제하에 있는 ‘공회’이며, 회사의 관리자들이 노조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폭스콘의 현재 공회 대표인 천펑은 폭스콘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궈타이밍의 비서실장 출신이다. 소식통은 “지금까지 폭스콘 노조 대표들은 공개적이고 투명한 입후보 절차 없이 비민주적으로 선출됐으며, 절반 이상이 관리자들로 채워져 있다”고 말했다.

폭스콘에 노동자들을 대변할 자주적 노조가 구성되면, 노조는 회사와 단체 협상을 벌여 노동조건과 임금 등을 결정하게 된다. 중국 산업, 노동시장 전반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공룡 기업 폭스콘의 변신은 중국에 진출한 삼성 등 동종업계의 외국기업에도 큰 여파를 몰고올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계 기업인 폭스콘은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하청 생산하는 세계 최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회사이며, 중국 14개 공장에서 노동자 120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중국 내 최대 민간 기업이다.

2009~2010년 폭스콘에서는 젊은 노동자 18명이 연쇄 자살했다. 폭스콘이 노동자들을 병영식으로 관리하고 장시간 노동에 내몰며 유독한 화학물질을 사용해왔다는 사실이 이들의 죽음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애플은 지난해 1월 공정노동협회에 중국 내 폭스콘 생산시설에 대한 조사를 맡겼다. 공정노동협회는 장시간 근로 등 노동환경 문제와 함께 노조가 진정으로 노동자들을 대변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3월 팀 쿡은 애플의 최고경영자로는 처음으로 중국 내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노동 조건을 개선하기로 폭스콘과 합의했다. 폭스콘은 이후 임금 인상과 야근 감소 등의 조처를 취해왔다.

중국 개혁개방 이후 30여년 동안 이어져온 저임금, (사실상의) 무노조, 대량생산 모델의 상징이었던 폭스콘의 변화는 ‘중국모델’에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중국 곳곳의 공장에선 노동자들의 파업이 급격히 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최근 몇년 동안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것으로 대응해 왔으나, 높아진 노동자들의 요구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다. 1980년대 이후 출생한 중국 신세대 노동자들은 강한 권리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한자녀 정책’ 세대가 노동력의 다수가 되면서 노동력 부족이 심화돼 노동자들의 협상력도 높아지고 있다. 신임 시진핑-리커창 지도부도 저임금 모델과의 결별, 내수 중심 성장모델로의 전환을 경제 목표로 내걸고 있다.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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