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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국에 울고 웃는 대만 중소기업 협력에서 길을 찾다

등록 2013-07-04 20:24수정 2013-07-04 22:29

대만 중부 마오리현에 있는 중소기업 카시도의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에스디(SD) 카드에 들어갈 부품 조립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전자·친환경제품을 생산하는 이 지역 15개 중소기업이 연합한 클러스터 형태로 운영되며, 모든 제품을 대만 내에서 생산한다.
대만 중부 마오리현에 있는 중소기업 카시도의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에스디(SD) 카드에 들어갈 부품 조립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전자·친환경제품을 생산하는 이 지역 15개 중소기업이 연합한 클러스터 형태로 운영되며, 모든 제품을 대만 내에서 생산한다.
대기업은 중국시장서 급성장
중소기업은 가격경쟁력 밀려

질높은 ‘메이드 인 타이완’ 위해
중소기업들 협력해 덩치 키워
중국 저임금·대형 공장과 경쟁

마잉주 정부 ‘서비스협정’ 체결
양안 경제협력 새단계 진입 예상
민진당, 대중국정책 전향적 검토

대만 중부 루캉현의 딩반포, 벼가 익어가는 논들 사이로 곳곳에 작은 공장들이 서 있는 이곳은 한때 ‘수도꼭지의 고향’으로 불린 곳이다. 한때 이곳에선 1000여개의 수도꼭지 공장들이 번성했다. 하지만 값싼 중국산 수도꼭지가 쏟아져, 많은 공장이 문을 닫거나 중국으로 떠났다.

‘티에이피(TAP)’라는 상표로 수도꼭지를 생산하는 ‘장이싱’은 그 와중에서 살아남은 200여개 기업 가운데 하나다. 지난달 말 찾아간 장이싱 공장에선 노동자들이 미세한 부품을 조립해 수도꼭지용 전자감지 센서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이곳에선 ‘메이드 인 차이나’의 홍수 속에서 생존법을 찾으려는 대만 중소기업의 실험이 벌어지고 있다. 10년 전부터 이 지역 17개 중소기업은 장이싱이란 이름으로 ‘그룹’을 이뤄 함께 제품을 생산·판매·홍보하며 활로를 찾고 있다.

이 회사 판매 담당자인 크리스 왕은 이렇게 말했다. “이전엔 이 지역 1000여개 기업이 서로 싼 값을 제시하며 제살깎아먹기 식으로 경쟁을 했다. 하지만 바이어들은 더 싼 물건을 찾아 중국으로 다 가버렸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 자신 있는 분야에서 최고의 부품을 생산해 함께 질 좋은 상품을 만드는 것이 살길이라는 깨달음을 얻어 힘을 합치게 됐다.”

17개 ‘이웃’ 기업들이 전자제어기, 스테인리스, 밸브 등 부품을 각각 생산하고 이를 수도꼭지로 조립해 수출한다. 크리스 왕은 “대만 중소기업이 중국의 대규모 공장에 맞서 가격이나 양으로는 승부를 겨룰 수 없지만, 서로 협력해 품질과 혁신적 아이디어에 집중하면 고급제품에서는 ‘메이드 인 차이나’보다 더 좋은 제품을 더 나은 가격에 생산할 수 있다”며, 협력을 시작한 뒤 주문이 많이 늘고 세계 유명 브랜드에도 제품을 공급하게 됐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 ‘뭉쳐야 산다’

중소기업 강국’으로 유명한 대만 경제가 중국과 밀착하자, 중국은 대만 기업들에 기회이자 위협이라는 야누스의 얼굴로 다가왔다. 중소기업들이 뭉쳐 클러스터나 그룹 형태로 중국 대륙의 저임금·초대형 공장과 경쟁에 나서는 움직임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마오리현에 있는 카시도도 친환경 생활용품을 제조하는 15개 중소기업의 ‘클러스터’ 형태로 운영되는 회사다. 에스디(SD)카드와 태양광·풍력 발전 관련 부품, 거품 욕조, 엘이디(LED) 전등 등을 생산하는 이 지역 기업들이 지난해부터 환경연구센터를 세워 함께 연구·개발을 하고, 국제시장에서 홍보도 함께한다. 모든 제품을 대만에서 제조한다는 원칙도 지키고 있다. 카시도의 마케팅 담당자인 황젠궈의 설명은 이랬다. “대만 중소기업이 중국으로 공장을 옮겨도 중국 기업보다 저렴하게 생산하기는 힘들고 품질이나 경쟁력만 잃게 된다. 요즘은 중국 내 생산비용도 너무 급격히 오르고 있다. 바이어들이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은 단가를 후려치려 하지만, ‘메이드 인 타이완’엔 제값을 준다는 이점도 있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한 뒤 1980년대부터 대만 기업들의 ‘중국행’은 급물살을 이뤘다. 중국-대만 관계는 정치적으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경제관계는 계속 긴밀해졌고 이제는 뗄 수 없는 밀착 관계가 됐다. 2002년 대만 전체 수출 가운데 미국이 20,2%, 중국이 32.1%를 차지했으나, 2012년엔 미국 10.9%, 중국 39.4%로 급격히 벌어졌다. 중국에 진출한 대만 기업인은 100만명이 넘는다.

하지만 중국 진출 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고, 중국과 협력 폭과 속도를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를 둘러싸고 첨예한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중국 진출을 계기로 급성장한 폭스콘이나 에이서 같은 전자 대기업들, 중국 식품시장의 선두주자가 된 캉스푸, 왕왕, 퉁이와 같은 대만 대기업들은 양안 관계의 밀착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는 불만도 늘고 있다. 엘이디 전등 제조업체 이오비전의 천위췬 판매담당 매니저는 “중국에서 생산을 하려고 오래전에 시도를 해봤지만 불량률이 20%도 넘어 포기했다. 중국 쪽의 복잡한 요구와 규정에 맞춰야 하고, 기술 유출, 짝퉁 제품 등장 등 여러 문제가 많다. 특히 투자 규모가 작을수록 중국 쪽의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고 위험도 커진다”고 말했다.

■ 서비스무역협정 후폭풍

최근 마잉주 정부가 중국과 경제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결합시킬 ‘해협 양안 서비스무역협정’을 체결하자, 찬반양론이 더욱 거세졌다. 지난달 21일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의 천더밍 회장과 대만 해협교류기금회 린중썬 이사장이 상하이에서 체결한 이 협정은 금융, 관광, 전통 의학, 통신, 정보기술(IT), 출판, 영화 등 시장을 양쪽이 개방하고 상호 투자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 대륙의 65개 서비스업 분야에 대만이 투자할 수 있고, 대만은 55개 분야를 중국 기업들에 개방한다. 2010년 중국-대만이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맺어 현재까지 약 500개 품목에 대한 관세 감면을 한 이후, 양안 경제관계를 획기적으로 강화시킬 계기로 평가된다.

하지만 ‘밀실협정’ 논란과 중국인들이 투자자 비자를 받아 대거 몰려오는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다. 최대 야당인 민진당의 지난해 대선 후보인 차이잉원은 협정 체결 직후인 지난달 2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협정 체결이 완전히 밀실에서 이뤄졌고 정확한 평가나 여론 수렴이 없었다”며 “중국 기업들이 대만에 들어와 주요 산업을 차지할 것이고, 중국이 대만 서비스 산업을 끌어들이면 대만의 고급 인력이 유출되고 주요 산업들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대만 사회의 복잡한 시선 속에서도 많은 대만인은 중국을 ‘멀리하기엔 너무나 중요한 당신’으로 여긴다.

타이베이 외곽 잉꺼진에 있는 이룽은 차 관련 도자용품을 대대로 만들어온 가족기업이다. 모든 제품은 대만에서 디자인하지만, 생산시설은 이미 대부분 중국에 있다. 대만에선 26명의 직원이 근무하지만, 중국 내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은 50~60명쯤 된다. 이룽의 제품 개발 담당 매니저인 천스이는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 시장의 70%는 중국이다. 제품의 10%는 대만 국내에서 팔고, 20%는 유럽에 수출한다. 2008년 이후 경제위기 속에서도 중국 시장 덕분에 회사 매출이 매년 30~50%씩 성장했다.” 고급 생활용품 브랜드 ‘자’(家)도 중국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하기로 하고 최근 중국 항저우에 사무실을 열었다. 주로 유럽 고급 호텔 등에 제품을 공급했던 이 회사의 마케팅 매니저 리이핑은 “우리의 다음 초점은 중국”이라며 “유럽에서 먼저 명성을 얻은 뒤 중국에 진출하면 유리하다. 중국 부유층들 사이에 ‘베컴이 쓰는 제품’ 식으로 입소문이 나면 비쌀수록 잘 팔린다”고 말했다.

오랜 적이던 중국과 대만은 긴장 속에서도 쉼 없이 서로 다가서고 있다. ‘대만 독립’을 주장하며 중국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던 민진당도 최근엔 중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민진당은 올해 초 대중국 정책의 기본 방향을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공식 천명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친중국 노선의 마잉주 총통(국민당)에게 패배한 주요 이유가 ‘민진당이 집권하면 중국과 경제관계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유권자의 불안을 달래지 못한 탓이라는 반성의 결과다.

타이베이·타이중/글·사진 박민희 기자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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