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경제개혁’ 중국전문가 전망
11월 개혁 청사진 공개될 예정
신성장모델 향방에 관심 쏠려
11월 개혁 청사진 공개될 예정
신성장모델 향방에 관심 쏠려
‘시진핑 지도부의 경제개혁은 중국 경제를 구할 것인가?’
중국 경제를 둘러싼 묵직한 질문이 세계를 배회하고 있다. 1978년 덩샤오핑이 지휘한 개혁개방 이후 연평균 두자릿수 성장을 자랑하던 중국의 성장률이 8% 아래로 둔화하고 감춰졌던 불안 요소들이 드러나, 경착륙 우려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리커창 지도부는 11월 중국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18기 3중전회)에서 경제개혁의 청사진을 공개해, 중국 성장모델의 대대적인 수술에 나서려 하고 있다.
24일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서울 역삼동 재단 사무실에서 주최한 ‘시진핑 정부의 중국 경제’ 포럼에 참석한 중국의 대표적 경제 전문가들과 만나 중국 경제개혁과 중국 경제에 대한 전망을 들었다. 학자들은 세계 곳곳에서 비관론이 제기되지만 중국이 개혁을 통해 새 성장동력을 찾는다면 안정적 성장을 지속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판강 중국경제개혁연구기금회 이사장은, 중국 내 300여개 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18기 3중전회에서 공개될 경제개혁 방안 초안이 작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시진핑-리커창 경제개혁의 핵심은 정부의 개입을 줄이고 민영기업의 구실을 장려하는 것, 금융개혁, 사회보장제도 개혁, 농촌개혁과 토지개혁 등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대규모 국유기업 독점체제를 개혁해 민간기업들이 국유기업이 독식해온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고, 이자율 자유화와 위안화 환율 변동폭 확대, 민간 금융기관 발전 등 금융개혁이 추진될 것”이라고 한다.
판 이사장은 “지난 30년 동안의 중국 경제 추이를 분석하면, 성장률이 7% 이하로 떨어지면 디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성장률이 두자릿수로 높아지면 인플레이션과 자산 거품이 수반됐다”며 “현재 중국에 적절한 성장률은 8%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경제는 올해 7.5%, 내년에는 8% 정도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낸 린이푸 베이징대 교수는 현재 중국의 경기 둔화는 구조적 문제라기보다는 국제환경의 변화에 따른 주기적 사이클의 요인이 크며, 중국은 후발 주자의 이점을 살려 8% 잠재 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13분기 연속으로 중국의 성장률이 둔화했지만, 이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선진국들의 성장률이 여전히 침체된 상황에서 중국 같은 수출주도형 국가뿐 아니라 브라질·한국·싱가포르 등도 겪고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린 교수는 “중국은 재정 상황이 좋고 외환보유고도 많아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에 유리한 조건”이라며 “한국·일본·대만의 과거 경제발전의 궤적에 비춰보면, 중국은 앞으로도 선진국과 격차를 줄여가며 성장 동력을 유지할 공간이 커 20년 동안 매년 8% 정도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린 교수는 “현재 중국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고속성장의 혜택이 금융 시스템, 자원과 세수 배분 등을 통해 부유층에게 집중되는 소득불평등의 문제이며, 시장주도형 경제개혁을 통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중국 경제 방향을 둘러싼 좌우파 노선 투쟁이 치열한 가운데, 이번 경제개혁은 우파(시장) 노선의 전면적 승리를 뜻하는 것일까? 중국 신좌파의 대표적인 학자인 추이즈위안 칭화대 교수는 좌파의 상징이던 보시라이 전 충칭 당서기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몰락했지만, 충칭에서 추진된 도시농촌 통합발전 등 ‘충칭모델’은 시진핑 지도부 경제개혁 모델의 한 축인 ‘신도시화 정책’에서 중요한 구실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이 교수는 “충칭에서는 380만명의 농촌 출신 주민들에게 도시 후커우(호적)를 줘 도시 주민과 동등한 복지를 누리게 하고, 이로써 농민들의 구매력과 내수를 끌어올려 새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실험을 해왔다”며 “3중전회 이후 이런 실험이 중국의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돼 도시화, 후커우 개혁, 토지제도 개혁에 중요한 모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시진핑 체제의 새 중국모델은 국유기업 개혁, 금융분야 개방 등 시장의 구실 확대(우파)와 충칭모델 등 국가 구실 확대(좌파)를 아우르는,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의 길을 결합한 방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사진 고등교육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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