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명보 편집장서 경질된 라우
출근길 괴한 2명 공격에 중태
출근길 괴한 2명 공격에 중태
26일 홍콩의 대표적 일간지 <명보>의 라우춘토(49·케빈 라우) 전 편집장이 괴한의 흉기에 찔려 중태에 빠진 사건이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께 출근길이었던 라우 전 편집장은 오토바이를 탄 괴한 2명한테 흉기 공격을 당했다. 범인은 몇 초 만에 라우 전 편집장의 등·팔 등 6곳을 찌른 뒤 오토바이를 타고 도주했다고 <명보>가 전했다. 라우는 사건 직후 스스로 경찰에 전화를 걸어 신고했으나 이후 의식을 잃었으며, 수술을 받았지만 중태다. 의료진은 라우 전 편집장이 등에 16cm 깊이의 중상을 입는 등 주요 장기가 손상됐다고 밝혔다.
라우는 지난 2년 동안 <명보> 편집장으로서 중국 정부의 홍콩 통치정책의 문제점이나 중국 고위인사들의 재산 문제 등을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최근에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탐사보도에 홍콩 쪽 파트너로 참여해 중국 전·현직 지도부의 친인척들이 대거 조세회피처에 유령회사를 세워 거액의 재산을 은닉하고 탈세를 해왔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라우는 갑작스럽게 <명보> 편집장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고, 그의 자리에는 말레이시아 언론인으로 홍콩 취재 경험이 적고 친중국계 성향으로 알려진 청킨보가 임명됐다. 라우는 전자책 등을 출판하는 <명보>의 자회사로 자리를 옮긴 상태였다.
싱가포르의 유명 언론인인 칭청은 이번 습격 사건이 라우가 중국 고위관료들의 재산 문제를 파헤친 탐사보도와 관련됐을 가능성을 지적하며, “그가 고위층의 분노를 샀고, 그를 편집장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한 이들이 이번 사건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다.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은 사건 직후 이번 공격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클리포드 하트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도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어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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