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국

[세계의 창] ‘북핵 게임’과 중국의 딜레마 / 진징이

등록 2014-05-25 18:54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북핵문제는 북한의 생존전략과 미국의 대동북아 전략의 충돌로 말미암았다. 그래서 초기 북핵문제 해결은 북-미가 주도했다. 북핵이 20년간 눈덩이처럼 굴러오면서 커질 대로 커져 동북아 각국에 안보위기를 몰고 오고 있다. 그동안 북핵 문제의 성격이 변해서일까. 이제 근본을 해결해야 할 미국은 뒤로 빠지고 중국이 앞에 나서는 형국이 되고 있다.

오바마 1기부터 2기의 오늘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북핵문제 해결에서 손을 놓고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신 중국의 역할을 부쩍 강조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일 논의의 장에서도 중국의 역할은 단골 메뉴로 거론됐다. 그렇다고 중국이 주장하는 6자회담 재개에 협력하는 것도 아니다. 이중삼중으로 북한을 제재해 온 한-미-일은 북한을 ‘굴복’시킬 마지막 한방을 중국에 기대하는 것처럼 비친다.

그동안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북핵 해결을 위한 나름의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중국의 노력에도 북핵 게임은 역시 북-미의 몫이었다. 6자회담의 금자탑인 9·19 공동성명은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BDA) 사건을 터뜨리면서 유야무야됐다. 김정은의 북한과 미국이 유일하게 체결한 2·29합의는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하며 깨져버렸다. 북핵의 흐름은 역시 북-미가 주도하는 것이다.

그래도 미국과 한국은 북핵문제 해결의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다고 한다. 왜일까. 북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접근은 다분히 지정학적이다. 미국은 북핵문제를 동아시아 전략차원에서 제어해 온 면이 없지 않다. 그 결과 오늘의 아시아회귀가 이루어졌다. 한-미 동맹, 미-일 동맹이 전례없이 강화된 데는 북핵이 ‘일등공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북핵 해결에 전력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북핵 게임은 미국이 역내 전략적 기반을 확고히 구축하게 했다. 그 대가는 북한의 핵실험이었다. 미국이 얻은 것, 북한이 얻은 것 모두 중국에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어찌 보면 북핵 게임은 중국을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 게임이기도 한 것 같다.

이제 미국과 북한이 ‘만들어낸’ 북핵이라는 위협은 중국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그래서일까. 한국 외교부 장관은 북한의 4차 핵실험은 중국에 대한 도전이라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최근 방한에서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더 행사하라고 촉구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시진핑 주석과의 전화통화에서 중국이 북한을 설득해 4차 핵실험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이쯤 되면 중국이 북핵문제 해결에서 총대를 메라는 말로 들릴 법하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과의 새로운 신형대국관계 구축을 대외전략의 큰 축으로 추진해왔다. 북핵문제에서도 공조해왔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 한국 방문에서 중국 봉쇄에 관심이 없다고 했으니 중-미 관계에는 장밋빛이 드리워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게 아닌 것 같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아시아 행보에서 한편으로는 북핵문제에서 중국 역할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과 필리핀에 중국에 맞설 힘을 실어줬다. 65년 전 공산당의 중국이 탄생할 때 전범국 일본을 중국과 맞설 동맹국으로 키운 것과 같다.

한반도에서도 마찬가지다. 한쪽으로는 중국더러 북한을 설득하라고 하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벌여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다. 당장 8월부터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다시 긴장을 몰고 올 것이다. 한국은 북한을 ‘빨리 없어져야 할 나라’라고 하면서 통일을 역설한다. 결국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안전 우려’를 갈수록 증폭시키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를 바란다. 가능할까? 그동안 중국은 북핵문제에서 관련국들이 냉정하게 대할 것을 바랐고 6자회담 재개로 북핵문제를 풀 것을 호소하여 왔지만 결과는 마이동풍 격이었다. 북핵을 둘러싼 북-미 갈등도 북-중 갈등, 중-미 갈등으로 비화하는 듯한 느낌이다. 미국이 바란 결과인지는 몰라도 중국이 원한 결과는 아닐 것이다.

이제 중국은 자기가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라도 북핵문제에서 자기의 길을 주동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 같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