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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세계의 창] 북핵 문제와 북한의 변화 / 진징이

등록 2014-10-19 18:46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북핵 문제가 터진 지도 20여년, 그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은 11년이 됐다. 공전한 6년을 빼고 나면 5년밖에 안 되건만 그 5년에도 여러 번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다.

‘북핵 피로증’이 생길 정도로 동북아를 괴롭혀온 게 북핵 문제다. 6자회담 참가국들도 이젠 피로감이 역력하다. 이 와중에 동북아 정세는 중-일 갈등을 비롯해 중국과 필리핀·베트남 등 동남아 나라와의 갈등이 부상하면서 주의력이 북핵에서 옮겨가는 듯한 양상을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핵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가 변두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도 한다. 과연 그럴까?

필자가 늘 강조했듯이 19세기 말부터 동북아 국제질서는 영락없이 한반도를 에워싸고 변화를 보여왔다. 냉전이 종식된 뒤에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북핵을 둘러싸고 새로운 질서의 힘겨루기가 전개되고 있다. 북핵에 동북아 국제관계가 집약됐다고 하는 이유다. 북핵 문제 해결 없이는 동북아에 협력 질서가 이뤄질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땅히 해결해야 하지만 북핵 문제는 요지부동이다. 동북아 국제관계를 절실히 반영한다고 하겠다. 해법이 정녕 없는 것일까?

북핵 피로증과 중-일 갈등이 겹치면서 북한은 소외된 느낌에서 숨 돌릴 시공간이 생겼다 하겠다. 그 시공간에서 북한이 핵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4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라는 예측이 난무했다. 그렇지만 예측과 달리 북한에는 다른 변화가 하나 일어났다. 바로 ‘병진노선’의 앞자리를 차지한 ‘경제건설’이었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서서히 이뤄진 양적 변화가 질적 변화의 단계에 이른 것이다.

5·30 조처로 불리기도 하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5·30 노작’은 가히 북한의 질적 변화를 예고하는 강령성 문헌이다. 이제까지 북한의 변화가 ‘아래로부터 위로의 변화’였다면 앞으로는 충분히 ‘위로부터 아래로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 질적 변화의 핵심은 ‘권력 이전’이다. 고도로 집중됐던 권력이 공장, 기업, 농촌, 지방정부, 개발구, 중앙은행 같은 데로 이전되고 있다. 그에 따라 운영방식도 바뀐다. 김정은 시대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 하겠다. 이제 5·30 노작에 따른 세칙들이 나오고 전방위적인 실행이 계속되면 북한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할 게 분명하다.

어찌보면 북핵 문제 해결의 다른 하나의 큰 경로가 바로 이 북한의 변화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북핵 문제는 북한과 미국의 지정학적 전략이 충돌하면서 불거진 것이다. 지금 보면 미국에 의한 해결은 요원하다. 미국이 전략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움직이지 않으면 북한에 의한 해결은 더더욱 요원할 것이다. 그렇지만 북한이 본격적인 개혁개방으로 경제건설에 주력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대내의 개혁조처가 지속적인 효과를 보자면 새로운 에너지가 공급되어야 한다. 그 공급원은 바로 외국 자본과 한국 자본의 투자다. 외국 자본을 유치하자면 국제적 관례를 따라야 한다. 한국과의 원만한 관계도 필수적이다. 최근 북한 행보의 원인이기도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자면 북한은 적어도 핵실험을 멈춰야 할 것이다. 결국 4차 핵실험이 잠잠한 것 역시 북한의 변화로 인한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가설로 북한의 변화로 남-북-러시아와 남-북-중국이라는 경제블록화가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미국도 일본도 따라올 수밖에 없지 않을까? 북핵에 집약돼 있는 동북아 국제관계가 변할 수 있다. 북한이 말하는 미국의 대북한 적대시 정책과 북한의 “자주권, 생존권에 대한 위협”이 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면 북한 말대로 북핵 문제도 풀리지 않을까? 지극히 이상주의적인 가설일 수 있다. 그렇지만 지극히 현실적이기도 하다. 북핵 문제는 그 특성상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북한 변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난 시각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일까? 필경 북한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젠 전단 살포, 북한 악마화, 북한 붕괴와 같은 냉전시대의 발상을 접을 때가 된 것 같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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