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졸릭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적극적인 대중국 정책은 21일 뉴욕에서 열린 ‘미-중 관계 전국위원회’ 연설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이날 이례적으로 워싱턴 정가에 미리 배포한 연설문에서 중국의 공산당 지배와 군비 증강, 시장 통제, 에너지 확보 정책 등을 조목조목 거론했다.
졸릭 부장관은 먼저 “중국의 공산당 일당독재가 경제 성장과 고양된 민족주의를 통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위험스럽고도 잘못된 것”이라며 “중국의 폐쇄된 정치는 지속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좀더 국민에게 책임지는 정치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 근거로 “중국은 국가가 통제하는 단일노조만 있지만 곳곳에서 파업이 일어나고 있으며, 농민운동을 통해 권력을 잡은 공산당은 이제 부패에 저항하는 농민들의 격렬한 시위에 직면했다”면서 중앙과 지방 차원의 선거 실시와 사법제도 개혁을 제안했다.
졸릭 부장관의 이날 연설은 미국이 중국을 위협요인으로 보고 적대시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중국의 행동을 평가할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분석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은 많은 공통이익을 갖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익의 일치에 근거한 관계는 뿌리가 얕고, 공동의 가치에 기초한 관계는 오래간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은 지난 30년 동안 중국이 국제적 시스템에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했으나, 이제는 중국이 과연 국제무대에서 책임있는 역할을 하는지를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중국은 급속한 군비 증강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키기 위해 국방비와 군사훈련 등을 솔직히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 친강 대변인은 이에 대해 “미국은 중국에 정치체제를 명령할 권리가 없다”고 반박하고, “다른 나라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정치체제를) 선택할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과 미국은 세계에서 중요한 나라이고, 전반적으로 관계를 좋은 쪽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며 미-중 관계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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