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중국 베이징의 한 증권회사 시황판 앞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전날 패닉에 빠진 투자자들을 안정시키려 중국 당국은 이날 위안화를 절상했으나 증시는 급락과 급등을 오가는 극심한 널뛰기 장세를 보였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중 위안화 절하 행보에
역외투자자들 추가 절하에 베팅
가치하락 급가속…주가도 급락
인민은행 방어위해 위안 매입
지난해말 외환보유고
5130억달러 줄어
감소는 1992년 이후 처음
역외투자자들 추가 절하에 베팅
가치하락 급가속…주가도 급락
인민은행 방어위해 위안 매입
지난해말 외환보유고
5130억달러 줄어
감소는 1992년 이후 처음
새해 벽두부터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중국 증시 폭락의 직접적 원인은 위안의 평가절하로 지목되고 있다.
인민은행은 8일 1달러당 위안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015% 낮춰 6.5636위안으로 고시했다. 아흐레 만에 처음으로 위안을 평가절상한 것이다. 가파른 평가절하가 증시 폭락의 원인으로 지목된 데 따른 조처이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12월26일부터 이달 7일까지 위안 가치를 1.44% 떨어뜨린 바 있다.
최근 중국의 위안 평가절하는 예상보다도 가파르게 진행됐다. 이는 중국 당국이 위안을 둘러싼 정책의 우선순위가 국제 기축통화의 위상 확보에서 수출경쟁력 확보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7일 보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1월말 위안을 달러·유로·엔·파운드와 함께 특별인출권(SDR)을 구성하는 5개 준비통화 중의 하나로 결정했다. 이를 놓고 중국 관리들은 임무를 완수했다는 분위기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를 계기로 중국의 외환정책 우선순위가 감속하는 중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국가적 노력에 부응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중국 관리들이 인터뷰에서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위안 절하를 통한 수출경쟁력 확보가 관건이 된 것이다. 이는 지난해 8월 중국 당국이 공포한 위안 절하 추세를 가속화할 것이란 예상을 자아냈고, 실제로 새해부터 그런 추세가 나타났다.
그러나 역외 투자자들이 위안의 추가 약세에 과감한 베팅을 하면서 외환시장에서 인민은행과 투기세력 간에 한바탕 샅바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7일엔 중국 본토에서 위안은 달러당 6.6위안 미만이었는 데 비해 위안이 자유롭게 거래되는 홍콩 등 역외시장에서는 6.7위안에 근접할 정도로 격차가 확대됐다. 역내외 재정거래로 환차익을 얻으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증시가 폭락하고 역내외 시장에서 위안 가치의 격차가 확대되자, 인민은행은 위안 매입에 나서는 등 혼란스런 행보를 보였다. 인민은행은 7일 성명에서 “일부 투기세력들이 인민폐를 조작해 이익을 얻으려고 한다”고 구두경고까지 했다. 인민은행의 이런 입장은 위안 투매만 불렀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적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이미 지난해 12월 한달 동안 1080억달러가 감소했다. 감소액은 분석가들의 예측보다도 5배나 많은 것이다. 외환보유고는 지난해 말 기준 3조3300억달러로 한해 동안 5130억달러가 줄었다. 외환보유고가 줄어든 것은 개혁개방 초창기인 1992년 이후 처음이다. 이는 지난해 8월 위안 절하 이후 가파른 환변동을 막기 위한 인민은행의 환 시장 개입과 해외 투자자금의 유출 탓으로 분석된다.
위안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외화 부채가 많은 중국 기업들의 위안 자산 매도로 이어졌다. 지난해 9월 현재 중국의 외화 부채는 1조5300억달러이며, 이 중 3분의 2는 만기가 1년 미만이다. 중국 부동산 회사들이 600억달러 이상의 외화 부채를 가지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침체와 위안 절하는 이 부동산 기업들의 목을 더욱 죄며 위안 자산 처분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동방항공은 지난 4일 약 10억달러의 외화 부채를 청산했다. 위안 약세가 더 진행되기 전에 조기 청산한 것이다.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도 7일 밤 11시께 이번 증시 폭락에 부채질을 한 서킷 브레이커(거래 일시중지) 제도의 잠정 중단을 발표했다. 증감위는 “서킷 브레이커 제도가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효과를 미쳤다”고 인정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Egil@hani.co.kr
달러당 위안화 환율 및 중국 외환보유고 추이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