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참배 비난…여권은 ‘모르쇠’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전격적인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계기로 일본 문제에 대해 대체로 침묵하던 대만에서 일본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사카 고등법원에서 총리의 신사 참배는 위헌이라는 판결을 이끌어 냈던 영화배우 출신 입법위원인 진쑤메이와 대만 원주민 전쟁피해자 유족들은 19일 주대만 일본협회에 항의서를 제출했다. 진 위원은 “고등법원이 위헌으로 판결했음에도 전쟁피해자들의 고통을 무시한 막무가내식 참배 행동”이라며 일본 정부가 공식으로 사과·배상을 할 때까지 매년 8월 일본에서 항의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인 국민당 주석인 마잉지우 타이베이시장은 20일 “이번 신사 참배는 시대적 조류에 어긋날 뿐 아니라 일본 헌법의 반전정신에도 위배된다”면서 “독일이 철저한 참회와 교과서를 통해 다음 세대에게 잘못을 가르치고 인근국의 신뢰를 얻고 있는 것을 일본은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의 광복절인 오는 25일 원주민들의 항일운동 영웅인 모나루도 기념비를 참배할 예정이다.
그러나 대만독립 지지를 얻기 위해 친일·친미·반중국 노선을 강화하고 있는 정부와 여당인 민진당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대만 외교부는 “일본은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이러한 문제를 잘 해결할 것”이라고 간략한 논평을 내놨다. 민진당과 리덩후이 전 총통이 조직한 대만단결연맹은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범여당계열인 대만단결연맹은 1905년 이후 40년간의 일본 통치를 경험한 층이 주축으로, 지난 4월 쑤진창 당 주석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등 노골적인 친일노선을 걷고 있다.
타이베이/양태근 통신원 coolyt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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