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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권리” “기회”… 중국, 대입 지역할당 확대에 도-농 갈등

등록 2016-06-12 20:03수정 2016-06-13 08:20

당국, 올 대입제도 개편 추진
도시-농촌 20곳서 ‘정반대’ 시위
취업난에 대학 입시경쟁 상상초월
중 지도부 ‘지역 날선 갈등’ 고민
“내 아이에게 기회를 더 달라”는 농촌 부모들과 “내 아이의 기존 권리를 지켜달라”는 도시 부모들 사이에서 중국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 대학입학시험인 ‘가오카오’를 2주가량 앞둔 지난달 22일 중국 중부 허난성의 성도 정저우에서는 수험생 부모 수백명이 ‘공평한 교육’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튿날인 23일에는 허베이성의 공업도시 바오딩에서도 학부모들이 시위를 했다. 이들은 베이징, 상하이 등의 명문대에서 지방 출신 학생들을 더 많이 받아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이보다 열흘 전인 13일에는 장쑤성의 성도 난징과 후베이성의 성도 우한에서 학부모 수천명이 정반대 성격의 시위를 벌였다. 인기 대학들이 소재한 두 도시의 학부모들은 지방 학생들을 더 받지 말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적어도 20곳에서 열린 것으로 추산되는 양쪽 시위 현장의 사진과 동영상이 웨이보, 웨이신(위챗)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되던 중 차단된 데서 보듯, 당국은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위를 촉발한 것은, 주요 도시 대학 입학 정원 가운데 저개발 지역 출신 학생에 할당된 인원수를 올해부터 14만명까지 늘이겠다는 교육부의 발표였다. 이는 우리나라의 지역균형 선발과도 비슷한 제도로 농촌 학생들에게 명문대 입학 기회가 늘어난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대학 소재지, 곧 도시 지역 출신 학생 정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중국은 ‘후커우’(주민등록) 제도를 통해 출생지에 따라 교육을 포함한 모든 사회보장이 규정된다. 도시 학생들이 누리는 사실상의 ‘특혜’를 감안하면, 난징·우한의 부모들은 정부 조처를 ‘권리 박탈’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크다. 부모들이 “왜 우리가 베이징보다 더 많은 입학 정원을 양보해야 하느냐”고 한 것으로 보아, 정부 조처에 균형이 부족했을 우려도 제기된다.

반면, 도시 부모들의 시위로 정부 조처가 철회될까 우려한 농촌 부모들도 거리로 나섰다. 특히 허베이성 바오딩의 학부모들은 시위에서 130㎞밖에 떨어지지 않은 베이징을 향해, “당신들이 배가 고프면 음식을 보내주고 당신들이 목이 마르면 물도 보내주는데 왜 우리 애들은 안 받아주느냐”고 외쳤다. 애초 정부 당국은 서부·내륙 낙후 지역에 대한 직접적 지원 외에 교육기회의 추가 제공을 통해 지역 간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의도였지만, 그 고민은 빛이 바랬다.

도시 학생들보다 높은 입시 성적을 얻어도 농촌 학생은 후커우 탓에 대학 입학 기회가 제한된 데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스콧 로젤 스탠퍼드대 연구원은 “중국 도시 학생의 명문대 입학 경쟁률은 7 대 1, 농촌 학생은 11 대 1 수준”이라고 분석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도시에서 일하는 농촌 출신 부모가 후커우 탓에 아이들을 도시 학교에 못 보내고 농촌 학교에 보내야 하는 현실에 대한 원망도 터져나온다.

교육 기회를 둘러싼 지역 간 갈등은 중국 경제 둔화로 취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대학생 수는 1998년 340만명에서 2015년 2620만명으로 크게 늘었지만, 취업난 탓에 명문대로 쏠리는 현상이 뚜렷해진 것이다.

이런 갈등은 ‘중국몽’을 강조하는 시진핑 국가주석 등 지도부에 부담이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 전문가인 칼 민즈너 미국 포덤대 교수는 “전통적으로 ‘중국몽’은 비교적 공정하게 성적에 의해 정해지는 평등주의 시스템을 통해 자녀들이 미래에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말하는데, 이런 개념이 도전받고 있다는 생각에 대중적 분노가 야기된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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