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라오스 비엔티안의 국립컨벤션센터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비엔티안/EPA 연합뉴스
남중국해 중재 판결 이후 처음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는 아세안 국가들을 둘러싼 미국·일본 대 중국 구도의 외교전을 명확히 확인하는 자리였지만, 일단은 중국이 우세를 점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6일부터 사흘간 진행중인 아세안 정상회의는 7일 채택한 의장성명에서 남중국해의 인공섬들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현재 문제가 되는 인공섬 대부분은 중국이 건설중인 곳들이지만, 성명은 중국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성명은 또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권리를 사실상 부정한 지난 7월 중재판결도 언급하지 않았다.
의장국인 라오스가 마련한 성명은 초안 단계에서부터 중재 판결이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타이 <방콕포스트>는 6일 “베이징의 외교 승리”라고 평가했다. 천강 싱가포르국립대 연구원은 “주최국인 라오스는 친중국 성향이고, 필리핀과 미얀마에 들어선 새 정부는 남중국해 문제에서 비교적 온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탓에 긴장 소지가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다.
특히 중국을 상대로 중재판결을 제기한데다, 서방의 지원 속에 ‘승리’를 거두기까지 한 필리핀의 태도는 주목된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참석에 앞서 “정상회의에서 남중국해는 거론하지 않겠다”며 중국을 자극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낸 반면, 미국에 대해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향한 욕설 파문으로 정상회담이 취소되는 등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중국은 (남중국해 중재) 재판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앞으로도 중국과 대화해 나갈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아베 총리는 두테르테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남중국해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남중국해에 대한 필리핀의 경비능력 강화를 위해 길이 90m 급의 대형 순찰선 2척을 엔차관을 통해 공여(최대 금액 164억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일본은 그동안 필리핀과 베트남 등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대치하고 있는 국가들의 군사역량 강화 사업에 힘을 기울여 왔다. 일본은 그동안 필리핀에 40m급 중형 순시선 10척의 공여를 결정한 바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지난 5월 합의했던 해상자위대의 연습기 TC-90(최대 5기)의 대여 계획도 함께 공개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에 대해 “(남중국해에 대한 필리핀의) 순찰 능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사의를 표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베이징 도쿄/김외현 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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