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후진타오 문선' 보고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발언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내년 하반기 첫번째 5년 임기를 마치게 되는 시진핑(사진) 중국 국가주석이 후계자 지명을 늦출 가능성이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4일 보도했다.
중국공산당 내 고위층 및 그들의 가족과 가까운 4명의 내부 소식통은 시 주석이 후계자 지명을 연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들 가운데 한명은 “민감한 문제”라며 “시 주석은 자신이 선호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경험을 쌓고 더 많은 시험을 거칠 때까지 (후계자를)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공산당은 1990년대 이후 5년 임기의 총서기직을 두 차례 역임하는 것이 관례화됐으며, 두번째 임기가 시작될 무렵엔 후계자가 확정됐다. 또 후계자는 현직 총서기의 선택이 아니라 당내 엘리트 그룹의 막후 논쟁과 합의에 의해 정해졌다. 앞서 장쩌민, 후진타오 전 주석은 직접 고르지 않은 후계자가 등극하는 운명을 받아들여야 했다. 2012년 총서기가 된 시 주석은 내년 하반기 19차 당대회 때 두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되므로, 이때까지 후계자가 지명돼야 하지만 이것이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시 주석은 이전 두 지도자와는 달리 이례적일 만큼 권력을 집중시킨 상태에서 ‘반부패’를 기치로 걸고 권력을 휘둘러온 탓에 관례를 의식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중국공산당 역사를 전공한 워런 쑨 오스트레일리아 모내시대 연구원은 “집권 이후 독재적 정치를 펼쳐온 시 주석은 (후임 승계에 대한) 불문율에 의한 제약을 가장 느끼지 않을 것 같은 인물”이라고 말했다.
후계자 지명을 늦추는 것은 권력 구도를 둘러싼 당내 갈등을 장기화·격화시킬 수 있다. 시 주석이 세번째 임기를 노릴 수 있다는 불확실성도 높아진다. 집단지도체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당내 원로와 견제 세력은 시 주석에게 후계자 지명을 촉구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승계 방식은 현대 중국의 오랜 권력 투쟁 끝에 마오쩌둥 같은 ‘종신 독재’를 막고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평가된다. 시 주석이 여기에 손을 대어 자신의 권위를 높인다 해도 결국엔 정교하게 맞춰진 균형에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는 내년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회 구성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당대회를 앞두고 정치국 상무위원 7명 가운데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를 제외한 5명은 또다른 불문율인 이른바 ‘7상8하’(67살은 유임, 68살은 은퇴)에 따라 은퇴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자신과 가까운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를 유임시키고, 정치적 경쟁자로 간주되는 리 총리를 격하시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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