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구이저우의 마오타이 공장 입구 <한겨레> 자료사진
중국의 대표적인 술 ‘마오타이’는 올해부터 ‘국주’(나라의 술)라는 타이틀을 잃었다. 그러나 시가총액으로는 세계 1위를 넘보며 ‘세계의 술’로 거듭나고 있다.
4일 중국 증시에서는 마오타이 제조사인 구이저우마오타이의 주가가 5.19% 오르면서 역대 최고가를 경신해 주당 351.19위안으로 장을 마감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4420억위안(약 76조8726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조니워커나 스미노프(보드카 종류)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 1위의 영국 주류업체 디아지오의 시가총액 530억파운드(약 78조원)에 바짝 다가선 것이다.
마오타이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당 총서기가 됐던 2012년 이후 진행돼온 반부패 운동 과정에서 대표적으로 타격을 입은 기업이었다. 1병에 9999위안(약 174만원)짜리가 있을 정도의 마오타이가 과거처럼 고급선물로 애용되거나 고급스런 식사자리에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시 주석 집권 이듬해 마오타이를 포함한 바이주(백주) 시장 전체의 성장은 4%에 그쳤다. 마오타이의 주가도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그랬던 마오타이가 ‘부활’이 가능했던 데는 재고 소진과 반부패 운동 둔화, 그리고 소비자들의 소득 신장 덕분이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일 전했다. 마오타이는 한때 수요 급감 탓에 가격을 60% 인하하는 등 고육책으로 대응했는데, 다시 시간이 지나자 재고 소진으로 가격 인상을 시도할 수 있게 됐다. 거물급 ‘호랑이’들을 잡아내며 매서운 바람을 몰고왔던 반부패 운동의 기세가 한풀 꺾이고 있는 흐름도 한몫을 했다. 소득이 늘어난 중국 시장의 소비자들이 고급 술 취향을 갖게된 것도 ‘최고의 술’로 일컬어져온 마오타이에 구세주였다. 지난해 마오타이의 매출은 전년대비 19% 늘었고, 순이익은 7% 증가했으며, 주가는 53%가 올랐다.
하지만 마오타이는 무서운 성장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독점해왔던 ‘나라의 술’(국주)이라는 호칭은 더이상 쓸 수 없게 됐다. 중국 국가상표국은 마오타이가 신청한 ‘궈주(국주)마오타이’라는 상표를 허락하지 않았다고 <중국경제망> 등 중국언론들이 4일 보도했다. 상표국은 ‘궈주’라는 단어가 ‘국내에서 가장 좋은 술’, ‘국가급 술’이란 뜻이 내포돼 있어, 마오타이가 이 단어를 영구적으로 독점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댔다. 마오타이는 2010년 ‘국주’라는 호칭을 사용하겠다고 신청해 2012년 1차 심사에서 상표국의 허락을 받았지만, 이후 상표국은 우량예 등 다른 ‘명주’ 업체들로부터 자신들도 쓰게 해달라는 항의를 받아왔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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