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론이 외교 당국의 지원까지 얻으며 일본 극우인사가 운영하는 호텔 체인을 연일 비판하는 가운데, 호텔 쪽도 좀처럼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아 대립이 고조되고 있다.
<환구시보>는 18일 ‘일본 호텔이 난징대학살을 부정하는 책을 치울 것을 거절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아파(APA) 호텔 쪽에서 “입장이 다른 사람의 비판을 받았다고 해서 객실 책을 치울 수 없으며, 일본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일방적인 압박으로 자기 주장을 거둬들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전했다. 이 호텔은 또 객실 내 책의 내용에 대해서도 △지은이가 많은 자료를 분석한 것이고 △나라마다 역사 인식과 역사 교육이 다르며 △책을 객실에 둔 것도 사실에 기초한 진정한 역사를 전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하나도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아파 호텔은 객실에 비치한 극우 성향의 책들 탓에 최근 중국 최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서 화제가 됐다. 서랍에 비치됐던 책은 호텔 최고경영자(CEO) 모토야 도시오가 저술한 <아무도 말하지 않는 국가론>, <자랑스러운 조국 일본>, <일본 부활에의 제언> 등으로,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와 난징대학살 사건을 부정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일본 최대의 비즈니스호텔 체인인 아파 호텔은 지리적으로 편리하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어서 일본인뿐 아니라 한국, 중국 관광객들도 많이 이용하는 체인으로 알려져있다. 호텔 쪽은 “투숙객들이 마음에 들면 직접 살 수 있도록 한 책으로, 중국인, 한국인 손님은 산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지난 15일 <환구시보> 보도를 필두로 중국 언론들은 이 소식을 잇달아 보도했고, <환구시보>는 17일 중-일 간 상호존중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사설도 냈다. 같은 날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는 이 매체 기자가 이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묻자, 화춘잉 대변인이 “일본 국내에 일부 세력은 시종 역사를 직시하지 않고 싶어하며, 심지어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하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중국 내 분위기가 격화하면서, 중국 여행사들이 아파 호텔 체인과 맺은 사업 제휴를 중단한다거나 여행객들이 이용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아파 호텔 쪽은 17일 일본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예약 취소 등과 관련해 “명확한 변화는 없다”고 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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