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푸 중국 장기기증·이식위원회 위원장이 7일 바티칸에서 열린 장기매매 반대회의에 참석해 있다. 바티칸/AP 연합뉴스
사형수 장기 적출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이, 불법 장기 이식의 철저한 관리로 장기 기증을 활성화시켜 5년 안에 미국보다 많은 기증을 기록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7일 바티칸에서 개막한 장기매매 반대회의에 참석한 황제푸 중국 장기기증·이식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중국에서 4080건의 장기 기증이 이뤄졌으며, 이는 전년 대비 50%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위생부 부부장 출신인 황 위원장은 이날 이탈리아 주재 중국대사관에서 외신기자들을 만나 중국의 장기 기증자가 5년 안에 미국보다 많아질 것으로 낙관하면서, “하지만 중국은 도움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바티칸에 온 이유로, 우리는 배워야 하고 중국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황 위원장은 이날 중국이 오랜 기간 불법 장기 적출 및 매매 의혹을 받아왔다는 점을 의식한 듯, 장기이식 분야에서 중국의 발전이 더디고 많은 과제가 있다는 점을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불법거래 때문에 수십명이 체포됐고 18개 의료기관이 폐쇄됐다며, “2015년 1월1일부터 중국 공민(국민)의 자발적인 기증이 장기이식의 유일한 합법적 방법이 됐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교황과학원이 주최한 이번 회의에 중국이 참석하게 된 것을 두고, 바티칸이 중국에 면죄부를 준 것이란 비판도 제기된다고 홍콩 <명보>가 보도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강제 장기 적출에 반대하는 의사들’(DAFOH)의 토스턴 트레이 집행위원장은 중국의 제도 개혁은 투명성이 부족하므로 이번 회의가 중국에 서면증거를 제출하고 독립적 조사를 허용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의가 중국의 국제적 선전 무대가 되고 있다며, 중국의 참석을 취소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고위당국자가 교황청 주최 행사에 참석한 것은 처음으로, 최근 접근하고 있는 중국과 바티칸의 관계를 상징하는 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황 위원장은 “외교 임무는 없다”며 이를 부인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조직적으로 사형수의 장기를 적출해 이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니콜라 베클랭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국장은 중국에서 이식되는 장기의 대다수가 3000~7000명 규모의 사형수에게서 적출된 것이라면서, “중국은 이를 중단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않을 것이다. 넘쳐나는 장기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의 사형 집행이 종종 특정 이식 수술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환자가 준비된 때에 날짜와 시간을 맞추는 것”이라면서도 “매우 비밀스러워서 신뢰할 만한 정보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2014년 통계에서 중국은 10만명 당 장기 기증이 0.6명으로, 세계에서 장기기증 비율이 가장 낮은 국가로 꼽혔다. 지난해 중국 당국이 공식 발표한 합법 장기 이식은 1만 건이었지만, 병원 취합 자료에선 6만∼10만 건의 장기 이식 수술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황 위원장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면서, “(불법 장기이식을) 결코 봐주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은 13억 인구의 큰 나라여서, 분명히 법을 어기는 이들이 있다고 나는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2005년 위생부 부부장 시절 중국이 사형수 장기를 이용하고 있다고 인정한 바 있으며, 2011년에는 이식수술의 90%가 사형수 장기를 이용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고 홍콩 <명보>는 전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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