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중국 베이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얼굴이 실린 잡지가 판매되는 곳을 시민들이 지나쳐 가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취임 뒤 처음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메시지를 전하면서 미-중 관계 설정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미 백악관은 이날 자료를 내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편지를 보내 시 주석이 보낸 취임 축전에 감사를 전하고, 중국인들에게 행복한 ‘등불 축제’(정월대보름, 11일)와 풍성한 ‘닭띠 해’를 기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편지에서 “시 주석과 함께 미·중 모두에 이익이 되는 건설적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다”는 뜻도 전했다고 백악관은 덧붙였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취임에 맞춰 각각 축전을 보냈고 당선 닷새 뒤인 지난해 11월14일에는 축하 전화도 걸었지만, 트럼프 대통령 쪽에서 연락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편지에서 언급한 ‘건설적 관계’는 갈등보다 협력을 강조할 때 쓰는 외교적 표현이다. 지난해 12월 초 취임 전의 트럼프 대통령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한 이후 미-중 갈등이 날로 고조됐던 것과 달리,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최근 ‘남중국해 대규모 군사행동 불필요’를 언급하는 등 최근 들어 미·중이 ‘상황 관리’를 강조하는 흐름과도 일치한다. 지난주에는 미·중 외교 사령탑인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전화통화도 했다.
하지만, 집권 초 미·중의 탐색전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 이후 18명의 외국 정상들과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했지만, 시 주석과는 아직 직접 대화를 한 적이 없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던 중 “최악”이란 막말을 들어야 했던 맬컴 턴불 오스트레일리아 총리의 사례를 보며, 미-중 정상의 통화가 잘못돼 시 주석이 모욕을 당하는 상황이 생길까봐 우려한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중국이 ‘통제된 환경’을 확보할 때까지 두 정상의 통화를 결코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비록 역대 미 대통령들처럼 ‘춘절(설) 축하’ 메시지는 아니었지만, ‘춘절 휴가의 끝’로 여겨지는 정월대보름에 맞춰 ‘너무 늦지 않은’ 축하 메시지를 낸 데 애써 주목하려는 목소리도 있다.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블룸버그>에 “아무 것도 없는 것보단 낫다”며 “트럼프의 중국 정책은, 아직 명확한 모양을 갖추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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