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이 첫 보고됐던 지난 2013년 상하이 농산물 시장에서 보건당국 직원들이 닭 사체가 담긴 주머니를 정리하던 모습. 상하이/AFP 연합뉴스
중국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국토의 절반 이상으로 확산하면서 올해 들어 87명이 목숨을 잃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는 21일 자료를 내어, 1월 이후 16개 성에서 H7N9형 조류인플루엔자에 따른 인체감염 및 사망 사례가 보고됐으며, 긴밀한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사태가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국은 ‘예방도 통제도 가능하다’고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중국 전체 31개 성 가운데 절반 이상에서 사망자가 나온 셈이다. 지난 1월 중국에서 조류인플루엔자 감염자는 192명, 사망자는 79명에 이르렀다. 최근 3년간 1월 사망자 수 20~31명을 훨씬 웃도는 수치로, 중국에서 H7N9형 조류인플루엔자 인체 감염이 처음 보고된 2013년 이래 월별 최고 수준이라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기존 H7N9형 바이러스에 변종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인체 감염 바이러스를 조류에 실험해본 결과 높은 발병률을 보였다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중국 가금류 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 감염 규모는 예상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인체 감염 바이러스에 가금류가 감염돼도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아 직접 찾아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단, 세계보건기구 쪽은 인체 간 접촉을 통한 감염은 확인된 바 없으며, 인체 감염에서도 발병률이 높은지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중국 각 지역에서는 비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피해는 창장(양쯔강) 이남과 광둥·푸젠 등 남부에 집중됐지만, 베이징에서도 지난달 첫 인체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곳곳에서 생가금류 시장의 잠정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의 H7N9형 조류인플루엔자는 한국·대만의 H5N6형과는 차이가 있으며, 겨울과 봄의 낮은 온도 환경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첫 보고 이래 1200건의 인체 감염 사례 가운데 3분의 1가량인 425건이 지난해 10월 이후에 발생했다. 방역당국은 닭·오리 고기를 먹는 것은 문제가 없으며, 생가금류 접촉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내고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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