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둥성 칭위안 칭신제1중학교 이름으로 된 ‘남녀학생 교류 관리 규정’ 문건. 위챗(웨이신) 갈무리.
중국의 한 중학교가 이성 간의 모든 ‘접촉’을 사실상 불허하는 전근대적인 교칙을 도입하려다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남녀 학생 교류 관리 규정’이라는 제목의 문건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고 관영 <차이나데일리>가 20일 보도했다. 중국 광둥성 칭위안의 칭신제1중학교가 작성한 것으로 돼있는 이 문건에 제시된 8가지 ‘금지사항’의 내용이 거의 ‘남녀칠세부동석’을 떠올리게 할 만큼 황당했기 때문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이성 간에 서로 다정하게 기대거나 장난치거나 말다툼하거나 놀면서 쫓아다니거나 신체발부(몸과 머리카락 및 피부)를 어루만지지 말 것.
②남녀학생이 함께 식당을 드나들거나 서로 밥을 퍼주거나 식판 하나로 나눠먹거나 식품을 먹여주지 말 것.
③교내에서 교복 이외 어떤 복장도 입지 말 것.
④이성에게 식품이나 선물을 주고받지 말 것.
⑤교내 도로나 운동장, 기숙사 주변 등에서 함께 멈춰있지 말 것.
⑥이성의 가방이나 웃옷 등 소지품을 들어주지 말 것.
⑦이성 간에 사지로 접촉하지 말 것.
⑧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거나 껴안거나 입을 맞추는 등 엄중한 접촉을 하지 말 것.
문건은 이를 위반할 때 경고에서부터, 학부모 통지, 퇴학 등의 처벌을 내릴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건 위에는 “전통적인 미덕을 발전시키고, 우리학교 남녀 학생들이 사춘기에 정상적으로 교류 행위를 할 수 있기 위해서”라고 도입 의도를 제시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사상 가장 엄격한 교칙”이라면서 “지나치다”는 등 비판 일색의 반응을 보였다. 교육전문가인 슝빙치 21세기교육연구원 부원장은 관영 <차이나데일리>에 “이런 규칙은 불필요하고 차별적”이라며 “많은 학교들이 학생은 공부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목적에서 규칙을 만들지만, 또다른 목적은 학교의 관리 부담을 덜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슝 부원장은 “그러나 두가지 목적 모두 사춘기 학생들의 발육과 성장 수요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중구청년망>, <충칭신보> 등 언론 보도를 보면, 학교 쪽은 이 문건이 내부 토론을 위한 초안일뿐 실제로 도입한 교칙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누리꾼들의 비판에 대해 학교 쪽은 “규정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초안의 일부 단어 선택 등은 확실히 퇴고할 필요가 있는 곳이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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