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한 렉스 틸러슨(왼쪽 둘째) 미국 국무장관이 18일 베이징 조어대 국빈관에서 양제츠(오른쪽 둘째) 외교담당 국무위원 등과 회동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한·중·일 순방, 그중에서도 특히 중국 방문과 관련해 중국 매체들과 서구 매체들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홍콩 <명보>는 20일 틸러슨 장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을 때와 왕이 외교부장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각각 얘기한 “미국은 충돌·대항하지 않고 상호존중 및 협력해서 ‘윈윈’하고 싶다”고 한 내용이, 사실상 시 주석이 2015년 9월 미국을 방문해 제안했던 ‘중-미 신형대국관계’와 같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오바마 정부는 당시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도 거부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보다 오히려 중국 쪽 입장을 선선히 받아준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이다. 중국 <신경보>도 이날 사설에서 틸러슨 장관의 이 발언을 가리켜 “중-미 양국의 구동존이와 평화공존의 전제이자 보증”이라고 추어올렸다.
이런 평가는 미국 매체에선 정반대로 틸러슨에 대한 혹평으로 귀결됐다. <워싱턴 포스트>는 ‘틸러슨은 베이징에 외교적 승리를 안겨준 듯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부 비평가들은 틸러슨이 너무 숙였다고 본다”며, 중국 입장에서 그가 언급한 ‘상호존중’은 ‘핵심이익’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는 곧 미국이 대만, 티베트, 홍콩 등 중국이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규정하는 모든 문제에서 물러선다는 뜻이 된다. 중국에 이런 점을 양보하고서도, 북한이나 교역 문제에서 미국이 챙겨야 할 것은 충분히 보장받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도 틸러슨의 이번 순방에 대해 “북한 미사일 문제 해결에 거의 아무런 진전도 없었다”며 “미-중 간 차이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국에서도 한국, 일본 방문에서 틸러슨 장관이 쏟아낸 ‘중국 비판’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이날 사설에서 “워싱턴은 스스로의 안보 우려를 완화시켜달라면서, 중국을 해롭게 하고 있다”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한국 배치와 대만 대상 무기판매 등을 예로 들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틸러슨이 중국 방문 중에 평양과 관련한 강한 언급을 내놓지 않아 양쪽은 민감한 문제들을 피해갔다”며 “틸러슨은 존재감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